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사자성어와 시경 경어

好學 2010. 6. 25. 21:22

 

[살롱] 사자성어와 시경 경어

 

최근에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사용하여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연말에 교수들이 뽑은 ‘상화하택(上火下澤)’이 있었고, 신년 초에는 ‘약팽소선(若烹小鮮: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듯 해야 한다)’이 소개되었다.
청와대에서는 ‘선흉후길(先凶後吉)’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병술년의 외교 방침을 ‘화자위선(和字爲先:평화를 우선한다)’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일본도 뭐 하나 내놓을 법한데 과문(寡聞)의 탓인지 아직 접하지를 못하였다.

한·중·일 3국의 식자층(識者層)들은 ‘삼자성어(三字成語)’나 ‘오자성어(五字成語)’보다는 네 글자를 조합하는 ‘사자성어’를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4개의 한자를 조합하여 의미를 담아내는 사자성어는 한자문화권에서 매우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사자성어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시경(詩經)’을 만나게 된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시경’은 B.C 17세기부터 B.C 11세기까지 약 500년, 즉 중국의 서주(西周)부터 춘추시대 중기에 이르기까지의 운문을 모아놓은 것이다.
공자는 ‘역경(易經)’도 많이 보았지만, ‘시경’을 최고의 경전으로 여겼다. ‘예기’ ‘효경’ ‘춘추전’에 빈번하게 인용하였던 것이다.

특히 ‘논어’에서는 ‘시경’을 매우 강조한 감이 있다. 예를 들어 ‘계씨(季氏)’ 편에서는 “너는 시를 배웠는가? 사람이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나올 정도이다. 사대부가 말을 하려면 시를 배워야 하고, 그러자면 ‘시경’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한다고 다 말이 아니고, 과거 선인들이 남겨놓은 고사(故事)와 수사(修辭)를 배우고 상상력과 운율을 갖추었을 때 말이 되고 글이 된다는 말이다. 이게 ‘시경’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시경’에 소개되는 300여 편의 시들이 거의 대부분 넉자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군데군데 세 글자로 된 시도 있고 아홉 글자도 있지만 주종은 네 글자이다. 고대인들은 네 글자로 된 표현에 독특한 리듬감 내지 운율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후로 3000년 동안 사자성어는 한자문화권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사자성어는 이처럼 3000년 역사를 지닌 수사학(修辭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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