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戰而不降

好學 2010. 6. 25. 21:21

 

[살롱] 戰而不降

 

 

 

플레이보이는 술집에서 주특기가 드러나고, 보통 사람은 도박을 할 때 숨겨져 있던 기질이 드러난다.

기업의 CEO나 정치인은 인사권을 행사할 때 그 취향과 가치관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기질은 어떤가.

이번에 여야가 모두 반대하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밀어붙인 인사에서 그의 타고난 기질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타고난 원초적 기질은 ‘전이불항(戰而不降)’이다.

“싸움이 붙으면 항복하지 않는다”가 전이불항이다.

노 대통령은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후퇴하거나 중간에 협상을 하지 않고 앞으로 돌격하는 스타일이다.

정면승부를 즐기는 기질이라고나 할까.

정치의 미학은 협상과 타협에 있는데, 노 대통령은 정치인이면서도 협상과 타협 쪽보다는 정면승부를 즐겨 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의 정치이력을 돌이켜 보면 인생의 고비마다 전이불항의 연속이었다.

3당 합당에 불참한 일이라든지, 떨어질 줄 알면서도 부산에 계속해서 출마한 일을 꼽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는 2004년에 벌어진 탄핵사건이다. 보통 정치인 같으면 이 상황에서 적당히 양보하면서 타협책을 찾았을 텐데, 그는 탄핵정국에서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걸었다. 이 점이 참 특이하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결과는 성공이었다. 대통령이 되었고, 탄핵정국을 돌파하면서 불리했던 상황을 한번에 역전시켰으니 말이다.

필자는 재작년 탄핵정국이 진행되기 이전에 노 대통령의 사주(四柱)를 ‘전이불항’으로 해석한 바 있다. 그의 사주 천간(天干)에 태양을 상징하는 ‘병(丙)’이 3개나 집중되어 있는 특이한 명조(命造)였기 때문이다. 병(丙)은 자존심을 상징한다. 어떻게 보면 자존심 과잉이다.

중국 남송의 장수였던 악비(岳飛)가 바로 이와 비슷한 전이불항 명조였다. 문제는 전쟁터의 장군과 평화시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하고 조정해야 하는 대통령은 그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전이불항은 국민에게 실덕(失德)하는 요인으로 비칠 수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계산된 위험을 감수한’(calculated risk taking) 행보일 수는 있지만, 전이불항은 “싸움을 하면서 때로 물러날 줄도 아는” ‘전이시퇴(戰而時退)’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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