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石坡蘭과 三轉之妙

好學 2010. 6. 25. 21:24

 

[살롱] 石坡蘭과 三轉之妙

 

 

 

흥선대원군이 남긴 자취 가운데 하나가 석파란(石坡蘭)이다.

대원군은 특별히 난(蘭) 그림을 잘 그렸고, 대원군이 그린 난을 세간에서는 ‘석파란’이라고 불렀다.

석파(石坡)는 대원군의 호이다.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 의하면 사군자(四君子) 가운데 난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온 말이 “우란(右蘭) 30년, 좌란(左蘭) 30년”이다.

오른쪽으로 잎이 뻗은 난을 그리는 데 30년이 걸리고, 그 다음에는 좌측의 난을 그리는 데 또 30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좌·우란을 모두 익히는 데 도합 60년이 걸린다.

한평생을 그려야만 마스터한다는 말이 된다.

60년 난 그림 공부에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가 있다. 그게 바로 ‘삼전지묘’(三轉之妙)의 기법이다. 난 잎이 세 번 자연스럽게 휘어져 돌아가는 모습을 붓으로 묘사하는 기법인데,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만 이 삼전지묘를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석파란의 특징은 이 삼전지묘에 있다. 삼전지묘를 어느 정도 경지까지 성취했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진다. 삼전지묘가 안되면 “난 잎이 아니라 풀 잎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로부터 시작된 삼전지묘는 대원군을 거쳐 차강(此江) 박기정(朴基正·1874~1949)으로 이어진다. 박기정은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2살 때 이미 경상우도에서 이름 높은 진주향교의 집필사(執筆士)로 발탁될 만큼 서예의 자질이 뛰어났던 인물이다.

우연히 강릉 선교장에 놀러갔다가 시인·묵객을 좋아하던 선교장 주인이 차강의 글씨를 알아보고 붙잡았다. 그 뒤로 차강은 평생을 선교장에 머무르면서 관동 지역을 대표하는 서예가로 활동한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인 청강(靑江) 장일순(張壹淳·1928~1994)이 난을 그리게 된 계기도 차강과의 인연 때문이다. 장일순의 조부인 장경호는 원주의 알아주는 부자였다. 서화를 좋아하던 장경호는 봄·가을로 차강을 원주로 초대해서 달포씩 머무르게 하였다. 이때 어린 손자 장일순이 사랑채에 머무르던 차강으로부터 난을 배우게 된 것이다.

장일순의 호인 청강(靑江)도 차강이 지어준 것이다. 현재 석파란의 삼전지묘는 차강의 손자인 화강(化江) 박영기(朴永麒·85)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