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세설신어

好學 2010. 6. 22. 21:10

 

  • [책마을] 고대중국 귀족사회 관습등 실상 생생히...
  •  

     

    • ●세설신어(전3권)

      유의경 지음, 김장환 옮김, 살림. 소설이라는 문학형식을 통해서 한 나라, 한 시대의 생활을 파악하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역사서 보다도 더 정확한 이해에 도달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소설은 마치 무의식의 언술처럼 그 시대의 잠재된 욕망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말 명초에 성립된 「삼국연의」는 정사와는 다르게 유비의 정통성을 주장한다. 이는 송대 이래 몽고 치하에 이르기까지 이민족의 세력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중원 한족의 저항 심리를 솔직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 특히 지배계층의 모습은 아무리 많은 사상서와 역사서가 오늘까지 전해내려 온다 해도 그것을 여실하게 그려내고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고급의 의식형태, 정치적인 동향만으로는 한 시대, 한 계층의 전모를 결코 완벽히 재현해 낼 수 없다. 최근 완간된 「세설신어」(전3권)가 각별히 주목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고대 중국의 귀족사회의 관습·활동·풍속·의식 등을 미시적인 차원에서 풍부하고 다채롭게 서술하여 우리에게 당시의 실상을 생동감있게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품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송 시기의 왕족 유의경(403-444)에 의해 지어진 이 책이 갖는 중요한 의의를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  

      첫째, 역사적인 측면에서. 「세설신어」는 위진 남북조 시대 약 200년간에 걸쳐 실존했던 귀족사회 각 분야의 인물 700명의 언행과 생활을 기록하여 당시의 복잡했던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을 사실적,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  

      둘째, 학술적인 측면에서. 「세설신어」는 당시 지식사회의 언설행위의 한 방식이었던 청담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이는 위진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사조인 현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우리는 유·불·도 철학의 결합인 현학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이후 전개될 중국철학의 본질을 쉽게 체득할 수 있다.

    •  

      셋째, 문학적인 측면에서.「세설신어」는 종래의 귀신이나 신선 이야기 위주의 지괴 소설 양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인간 세상의 사건을 다룬 지인소설의 대표작으로서 중국소설사상 그 의의가 크다. 아울러 문체가 간결하고 담백하여 고도의 언어예술을 이룩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3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세설신어」를 계속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앞서의 고상한 가치들 때문이 아니라 위진 남북조라는 중국 역사상의 격동기를 살았던 지식인들이 행동하고 사유하는 생생한 모습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감흥과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이 고려시대에 전래되어 우리 한문학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한 중국의 소설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고전으로서 읽어야 할 작품임을 알 수 있다.

    •  

    • 끝으로 「세설신어」의 국역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치밀한 역주, 광대한 방계 자료의 섭렵은 여타의 번역서와 단연 구별된다. 역자는 고전국역에 헌신하는 소장 학자로서 이 책의 완역에 5년을 소요하였다 한다. 실로 근래에 보기드문 집념의 소산이 아닌가? 역자의 노력에 합당한 관심이 주어지길 바란다.

      (정재서·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 '好學의 漢字文學 > [고사성어]故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롱]겨울철의 대구탕  (0) 2010.06.22
    鷄龍山派의 예언   (0) 2010.06.22
    필부지용(匹夫之勇)   (0) 2010.01.23
    풍성학려(風聲鶴儢)  (0) 2010.01.23
    표사유피(豹死留皮)  (0) 201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