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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 안마당과 뒷간, 손수 만드신 간이목욕실 그리고 떠받칠 것이라곤 가벼운 슬레이트 지붕뿐인 쪽마루 기둥, 텅빈 헛간과 아무도 기거하지 않는 사랑방에서도 거름과 땀, 흙냄새가 조화를 이룬, 그렇다. 분명 아버지 냄새다.
폭염과 모진 눈보라, 비바람 속에서도 오직 가족만을 위한 그늘을 만들어서 덮어주고, 정작 자신은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만 아픔을 참고 견디며 가진 것을 하나하나 떨어뜨린 동구 밖의 떡잎나무였다.
그 나무가 이젠 뒷밭에 홀로 외롭게 심겨졌다.
잡풀, 억새, 엉겅퀴들 틈새에서 덜 외로우시려나. 하늘 끝까지 가 닿은 풀벌레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계시려나. 회초리도, 꾸중도, 다그치던 표정도 못 견디게 그립습니다. 그때 좀 더 세게 때리시지요. 살아온 만큼 주름진 내 얼굴에도 아버지 냄새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버지 아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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