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5. 실낙원(Paradise Lost:1655-1667) ㅡ 밀턴

好學 2009. 8. 20. 13:01

 

5. 실낙원(Paradise Lost:1655-1667) ㅡ  밀턴

이러한 말을 하는 동안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서 천사와 헤어지게 되었다.
사탄은 아담과 이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자고 있는 뱀을 만나 그 몸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다시 아침이 되었다.
에덴 동산에는 아침 기도를 끝낸 두 사람이 그날의 밭갈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브는 나무와 꽃들이 무성하므로 일거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서로 웃고 이야기하고 쳐다보느라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까 따로 떨어져서 일을 하자고 말했다.
아담은 라파엘의 경고를 떠올리며
유혹이 위험하다면서 따로 일을 하는 것에 반대했으나
이브의 자신감 있는 얘기를 듣고 양보를 하여 이브의 말대로 하였다.

악령에게 끌린 뱀은 이브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뻐하며
장미꽃 그늘에서 일하고 있는 이브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브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아니, 동물이 인간의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여왕님, 어느 날 내가 들을 배회할 때에 금색의 과실을 가진 한 나무를 보았습니다.
그 향기로운 냄새가 식욕을 돋구어 맛을 보았더니 나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
이렇게 이성과 언어의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브는 뱀의 말을 듣고 그 나무의 있는 곳까지 안내를 받았다.
그것은 죽음의 두려움으로 금지된
지혜의 나무(선악과)였으므로 깜짝 놀라 물러서려 하였다

뱀은 대담하게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금하고 당신들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셨습니까?
여왕님 믿지 마십시오. 죽지는 않습니다.
그 과실은 지혜를 주는 것으로 나를 보십시오.
그것을 먹었어도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높고 완전한 생명을 얻은 것입니다.
동물인 나는  인간이 되었으니 인간인 당신은 틀림없이 신이 될 것입니다.
선악의 지식에 도달하는 것이 어찌 죄악이 되겠습니까?"
라고 말하였다.

잠시 선악과를 바라보고 있던 이브는
"저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운 과실,
뱀이 말한 것처럼 영험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금지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인간에게 허락치 않은 것을 동물에게 허용하실 리가 없을 텐데
금지한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라고 말하며 이브는 과실을 따서 입에 넣었다.
죄를 범한 뱀은 풀 속으로 미끄러져 도망하고
이브는 과실의 아름다운 맛에 취하여 홀로 중얼거렸다

"아, 지혜의 길을 열어 준 과실
나의 이 변화를 그에게 알려서 같이 행복을 즐겨야지"

이브는 과실이 많이 달린 가지를 꺾었다.
이브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아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미 생긴 일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겠느냐?"
고 말하면서 그녀와 같이 벌을 받고 죽을 결심을 하였다.
아담도 그 과실을 먹었다.

효과가 나타나서 두 사람은 독한 포도주에 취한 것처럼 음욕에 불탔다.
두 사람이 눈을 떴을 때 마음을 덮고 있던 흥분은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놀라서 앉아 버렸다
신앙도, 청정도, 결백도 모두 사라지고 악을 아는 마음이 되었다.
그들은 나체를 부끄러워하여 무화과의 잎을 엮어 허리에 감았다

하느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고
"그들의 유혹자가 지옥을 빠져 나올 때 알고 있던 것이 마침내 왔다.
인류는 타락하였다.
그들에게 줄 것은 이제 죽음의 선고이다. 그 심판으로 가리라"
라고 성자께 말씀하셨다.

아담과 이브는 바람에 들려오는 신의 음성을 듣고
벗은 것이 부끄러워 숲 속으로 숨었다.
성자는 불순한 그들의 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선고하였다

"뱀, 너는 배로 기어다닐 것이며 평생 진흙만을 먹으라!
너와 여자는 영원히 원수가 되어 여자의 자손은 너의 머리를 깨뜨릴 것이며
너는 사람의 발뒤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이브 너는 비애에 젖어 살게 될 것이며 해산할 때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남편의 의지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남편은 너를 거느릴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아담을 향하여 선고를 내렸다
"아담이여 이제부터는 흙을 갈고 흙으로 돌아가는 운명을 갖게 되리라"

이브는 아담에게 용서를 빌며 자손에게 미치는 저주를 피하기 위하여
자살할 것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아담은
"너의 자손이 뱀의 머리를 깨뜨리리라고 하신 신의 말씀을 잊었는가?
자손들에게 희망을 가지라
너는 이제부터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당하고
나는 일을 하여 빵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의 죄악은 슬픈 일이지만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며 기뻐하자"
하고 위로하며 두 사람은 쓸쓸히 낙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