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68 - John Bunyan
나는 마침내 그들이 문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꿈속에서 보았다.
그런데 그들이 문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거룩한 모습으로 변하더니
황금처럼 번쩍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또한 어떤 이들이 하프와 왕관을 들고 나와 그들에게 주었는데,
하프는 찬양할 때 쓰기 위한 것이었고 왕관은 영광의 표시였다.
그때 나는 천국에 있는 모든 종들이 다시 기쁘게 울리는 소리를 꿈속에서 들었다.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도 들렸다.
"들어와 네 주인의 기쁨을 나누라."
그들도 큰소리로 노래했다.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축복과 영광과 행복과 권능이 영원 무궁하소서."
그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도시 전체가 마치 태양처럼 눈부셨고 거리 또한 황금으로 포장되어 있었으며,
그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는 황금왕관을 쓰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리고 황금 하프 소리에 맞춰 찬양의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날개를 가진 이들이 쉴 새 없이 화답하면서 말했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하나님이시여."
이윽고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도 그 안에 들어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무지가 막 강가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찬과 희망이 겪었던 어려움보다
절반도 안 되는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고 강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것은 때마침
'허망함'이라는 뱃사공이 거기 있다가 무지를 자기 배에 태워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도 내가 아까 본 두 사람처럼 천국을 향해 산을 올라갔다.
그러나 마중 나온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는 단지 홀로 걸었다.
성문 앞에 이르자 그는 성문 위에 씌어 있는 글씨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그에게도 문이 쉽게 열리려니 생각하고는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성문 위로 모습을 내민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어디서 온 사람이오?
그리고 무엇을 하러 왔소?"
그가 대답했다.
"나는 왕이신 하나님 앞에서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들의 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왕이신 하나님께 보여줄 증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무지는 자기 가슴속을 뒤져 증서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들이 물었다.
"증서가 없소?"
무지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은 왕에게 그런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왕은 그를 마중하러 내려가는 게 아니라
크리스찬과 희망을 안내했던 두 빛나는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 무지를 붙들어 손발을 묶은 다음 내다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그들은 무지를 잡아서 공중을 뚫고 내가 전에 보았던
산기슭에 있는 문으로 데리고 가더니 그를 그 안에 밀어 넣었다.
그때 나는 멸망의 도시뿐만 아니라
천국의 문으로부터도 지옥에 이르는 길이 있음을 보았다.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끝맺는 말
자, 독자여! 지금까지 나는 그대들에게
내가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노라.
그 꿈을 나에게, 혹은 그대 자신에게, 아니면
다른 이웃에게 해몽해 줄 수 있겠는가?
잘못 해몽하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그것은 도움 대신에 그대에게 해를 가져다 줄 뿐이니까.
오해에서 악은 따르게 될 것이오.
또한 내 꿈의 겉모양만 가지고 장난하거나,
내가 그린 비유나 상징을 비웃거나 반박하는
그런 극단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그런 짓은 아이들이나 바보들에게 맡기고
그대는 내 이야기의 알맹이를 보아주시오.
커튼을 걷고 내 장막 안을 살펴서 내가 사용한
비유의 뜻을 알아내고 놓치지 마시오.
거기서 그대가 찾기만 한다면,
그대는 정직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그 무엇을 발견하리라, 거기에서.
거기에서 무언가 찌꺼기를 발견하거든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금덩이만 간직하라.
나의 황금이 광물 속에 쌓여 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씨가 싫다고 사과를 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일 그대가 나의 모든 이야기를 헛된 것으로 여겨버린다면
나는 알고 있다네.
다시 한 번 꿈을 꿀 수밖에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