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65 - John Bunyan
그때 나는 꿈속에서 순례자들이 마법이 걸린 지역을 벗어나서
라는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곳의 공기는 매우 맑고 상쾌했다.
길은 한복판으로 곧게 뻗어 있었고, 그들은 거기에서 꽤 오랫동안 쉴 수 있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땅 위에 가득 핀 꽃들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장의 산비둘기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 왔다.
그곳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곳은 죽음의 그늘 계곡을 벗어난 곳이었고,
거인 절망의 손길도 미치지 못했으며,
그리고 의혹의 성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거기서 그들은 자기들이 향해 가고 있는 천국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땅에는 빛나는 사람들만이 살고 있었다.
하늘나라의 접경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또한 신랑과 신부의 언약은 새로 맺어졌다.
'마치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과 같이 그들의 하나님이 그들을 기뻐하리라.'는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였다.
거기서 그들은 식량과 물의 부족을 느끼지 못했고,
여행하는 동안 순례의 길에서 항상 부족함을 느꼈던 물자를 풍부하게 쓸 수 있었다.
여기에서 그들은 천국으로부터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희는 딸 시온에게 이르라. 보라, 너희들의 구원이 이루어지도다.
보라, 그의 보상이 그와 함께 있느니라."
그리고 그곳의 주민들은 모두 서로 '거룩한 백성,
구원받은 백성, 찾으신 백성'이라고 불렀다.
그곳을 걸어가는 그들은 그들이 목적지로 삼은 하늘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천국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더욱 자세히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천국은 모두 진주와 보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길은 금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 찬란한 도성의 영광과 거기에 반사되는 빛을 보자 크리스찬은
어서 가고 싶은 마음에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희망도 같은 증세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그들은 잠시 누워서 고통의 신음소리를 냈다.
"만일 내 사랑하는 이를 보거든 내가 상사병에 걸려 있더라고 전해 주시오."
그러나 잠시 후 원기를 회복하여 아픈 것을 이길 만하게 되자,
그들은 가던 길을 계속 걸어
과수원과 포도밭과 정원이 있는 곳으로 차츰차츰 가까이 다가갔다.
큰길에서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그 앞에 이르러 길에 서 있는 정원사를 만나자 그들이 정원사에게 물었다.
"이것은 어느 분의 포도밭이며 정원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모두 하나님의 것입니다.
하나님 자신을 기쁘게 하고
또 순례자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기 위해 심어놓으셨습니다."
정원사는 그들을 정원 안으로 안내하여
맛있는 열매로 기력을 회복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의 산책길과 편히 쉴 수 있는 정자도 보여주었다.
그들은 거기서 잠시 쉬다가 잠이 들었다.
그때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잠을 자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동안 여행길에서 나누었던 대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잠자면서 나누었다.
이상해 하고 있는 내게 정원사가 말했다.
"자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이상합니까?
이 포도밭의 포도는 어찌나 단지 그것을 먹은 사람들은
잠자는 사람들의 입술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내 잠에서 깨어나 천국으로 올라가자고 서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말한 대로 천국은 순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천국에서 반사되는 태양의 빛이 너무도 찬란해서
그들은 육안으로 직접 그곳을 바라볼 수 없었고
특별히 만든 기구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계속 걸어가다가 순금같이 반짝이는 옷을 입고
광채를 발하는 얼굴을 한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은 순례자들에게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대답했다.
그들은 또 순례자들에게 오는 도중에 어디서 묵었으며,
어떤 어려움과 위험을 당했으며,
또 어떤 위안과 기쁨을 얻었느냐고 물었다.
순례자들이 대답을 하자 그들은 다시 말했다.
"이제 당신들은 두 가지 난관만 더 통과하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천국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자 크리스찬과 그의 동료는 그들에게 동행해 줄 것을 청했다.
그들은 동행할 것이 동의하며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당신들은 당신들 자신의 믿음으로 천국을 얻어야만 합니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성문이 보이는 곳까지 함께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또한 순례자들과 성문 사이에 강이 가로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강에는 건너갈 다리가 없었으며 물은 대단히 깊었다.
이 강을 본 순례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그러자 순례자들과 동행하던 사람들이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강을 건너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성문에 이를 수가 없지요."
순례자들은 성문까지 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있긴 있지요.
그러나 천지창조 이후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그 길을 밟도록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에녹과 엘리야였습니다.
앞으로도 최후의 심판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릴 때까지는
어느 누구도 그 길로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순례자들은, 특히 그중에서도 크리스찬은 크게 낙담하여
이리저리 다른 길을 찾아보았으나 그 강을 피해갈 수 있는
다른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동행자들에게 강물이 한결같이 깊으냐고 물었다.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주었으나 순례자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답은 이랬기 때문이었다.
"강이 깊으냐 얕으냐는
이곳의 왕이신 하나님을 당신들이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