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60 - John Bunyan
그때 나는 꿈속에서 희망이 뒤돌아오다가 무지를 발견하는 것을 보았다.
무지는 그들의 뒤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저길 봐요. 저 뒤에 그 아이가 아직도 따라오고 있어요."
희망이 크리스찬에게 말했다.
크리스찬 : 아, 그렇군요. 내게도 보입니다.
우리와 동행하고 싶지 않나보군요.
희망 : 하지만 그가 여기까지 우리와 함께 왔더라면
그에게 해로울 게 하나도 없었을 겁니다.
크리스찬 :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 녀석은 틀림없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희망 : 나도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려 봅시다.
그래서 그들은 무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크리스찬이 그에게 말했다.
"얘야, 넌 왜 그렇게 멀리 처져서 따라오는 거냐?"
무지 : 함께 걸을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 걸어가는 게 더 좋습니다.
크리스찬이 희망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뭐랬습니까?
저 아이는 우리와 함께 동행하는 것을 싫어한다니까요.
그러니 우리끼리 이야기나 하면서 이 무료한 길을 가도록 합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무지를 향해 말했다.
"그래, 어떠냐? 이제는 하나님과 네 영혼이 어떤 사이에 놓여 있지?"
무지 : 좋은 사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걸어가는 동안 나를 위로하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생각들이 솟아나니까요.
크리스찬 : 좋은 생각이라고? 그게 대체 뭐지?
무지 : 하나님과 천국 생각이지 뭐겠어요?
크리스찬 : 악마나 저주받은 영혼들도 그런 생각은 한단다.
무지 : 하지만 저는 그것들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갈망하기도 하지요.
크리스찬 :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게으른 자는 아무리 갈망해도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거든.
무지 : 하지만 저는 그것들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다 버렸습니다.
크리스찬 : 그건 믿기 어려운 걸.
모든 걸 다 버린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니까.
아무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든 일이지.
그런데 너는 어째서 무엇 때문에
하나님과 천국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니?
무지 : 제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크리스찬 : 현자가 이렇게 말했단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믿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니라.'
무지 : 그건 악한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죠.
하지만 저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크리스찬 : 네 마음이 선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니?
무지 : 제 마음이 천국에 대한 희망으로 저를 위로하고 있거든요.
크리스찬 : 속아서 위안을 느낄 수도 있단다.
사람의 마음이란 도무지 바랄 수도 없는 대상을 희망하면서
자신을 위로할 수도 있거든.
무지 : 하지만 제 마음이 생활과 하나가 돼 있느니 만큼
제 희망은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크리스찬 : 네 마음이 생활과 일치됐다고 누가 그러든?
무지 : 제 마음이 그랬죠.
크리스찬 : 내가 도둑인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 법이지.
따라서 자기 마음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이런 일의 확실한 증거는 하나님의 말씀 말고
그 어떤 증언도 가치가 없는 법이다.
무지 : 하지만 좋은 생각을 품은 마음이 선한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님이 정하신 율법에 따라 사는 생활이 좋은 생활 아닙니까?
크리스찬 : 그렇지, 좋은 생각을 품은 마음은 좋은 마음이고,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생활하는 것은 좋은 생활이지.
그러나 그런 마음과 그런 생활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과
다만 그것을 생각만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란다.
무지 : 아저씨, 그런데 그런 좋은 생각들이나
하나님의 율법에 따르는 생활이란 어떤 것이라고 보셔요?
크리스찬 : 좋은 생각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
자기 자신에 관한 좋은 생각, 하나님에 관한 좋은 생각,
그리스도에 관한 좋은 생각,
그리고 그밖의 것들에 대한 좋은 생각 등등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