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 권 개종과 모니카의 죽음 - 9. 모니카의 부부애
이와 같이 정숙하고 검소한 교육을 받은 그녀는
양친에 의해서 당신을 섬겼다기보다는 당신에 의해서 양친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주를 섬기듯이 남편을 섬기며
자기의 행실을 통해 당신의 증거를 보여서
남편을 당신 안에 있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행실에 의해 그녀는 남편에게 있어서는 아름답고 존경할 만하며
사랑스럽고 매력있는 여자가 되었는데 당신이 그녀를 그처럼 만드신 것입니다.
그런만큼 그녀는 남편의 불의도 잘 참아서 남편과 다툰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남편도 일단 당신을 믿게만 된다면 정절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은 어머니는
당신의 자비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도 마음이 착한 사람이지만 화도 잘 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화를 낼 때에는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그를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회를 가라앉힌 틈을 엿보아서
어머니는 자기 행동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훨씬 순한 남편을 둔 부인들이 얼굴에 매맞은 자국을 하고서
자기 남편이 나쁘다고 비난하면 어머니는 점잖게 그들에게 충고를 했습니다.
소위 결혼 계약서라는 것을 읽고 난 순간부터
여자들은 이를테면 그것이 남편의 종이 되었다는 증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신분을 생각해서 주인을 거역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대로 행한 부인들은 좋은 결과를 얻어 감사하는가 하면
지키지 않은 부인들은 전과 다름없이 남편에게 매를 맞으며 고통스럽게 살았습니다.
시어머니도 처음에는 악의에 찬 하녀들의 고자질을 듣고
그녀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었지만
인내와 관용으로 한결같이 섬기는 며느리에게 감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자기 며느리 사이의 평화를 깨트리는 하녀들의 거짓말을
]아들에게 알려서 그들을 처벌하라고까지 했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말씀에 순종하는 아들이 가정의 화목과 합심을 생각해서
어머니의 뜻대로 그들을 매로 다스리며
'누구든지 내 비위를 맞추려고 며느리 욕을 하는 자에게는
이같은 벌을 내릴 것이니 명심하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그런 짓을 하는 자들이 없어졌으므로
그들은 단란한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녀의 태내에 나를 창안하신 나의 하나님이시여! 나의 자비시여!
당신은 선한 저 하녀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람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등지고 있을 경우
그들 사이의 중재의 역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쌍방으로부터 서로 상대를 헐뜯는 소리를 들을 경우에도
쌍방을 화해시키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아니면
이쪽 말을 저쪽에 건네는 일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서운 전염병에 걸려 성난 적에 대한 얘기를
그 사람에게 가서 해줄 뿐만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은 말까지 덧붙여서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악한 말을 해서 사람들 사이에 적의를 품게 하거나
나쁘게 만들지 말아야 하고 오히려 좋은 말을 함으로써
적의를 없애 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인데 어머니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내적인 스승이 되어 가슴속에서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머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무렵에 그를 당신의 곁으로 부르셨습니다.
그리하여 믿지 않았을 때 슬퍼하던 것을
믿은 후에는 다시 슬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또 당신의 종들의 하녀였습니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 안에서 당신을 찬양하고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거룩한 행실의 열매로 인해
어머니의 마음속에 당신이 임하심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의 어머니는 한 남자의 아내였고 자기 부모를 성실하게 공양하는 딸이었으며
가정을 신앙으로 다스렸고 덕망이 높았으며
자식들이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산고를 겪으며 간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님이시여! 당신의 하인들에게 은혜를 내리시어
당신의 종이 거기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덧붙입니다.
우리는 어머니가 영면하기 전에 세례의 은혜를 받고 모두가 함께 살았는데
그때 그녀는 모든 자들을 친자식처럼 돌봐주었고
또 그녀 자신이 그 모든 자들에게서 태어난 딸인 것처럼
우리 모두를 위해 봉사했던 것입니다.
제9 권 개종과 모니카의 죽음 - 10. 모니카와의 대화
어머니가 이세상을 떠날 무렵 ㅡ이것은 당신이 배려해 준 일이라고 믿지만ㅡ
우연히도 나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창문에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우리가 묵고 있는 집 안의 정원이 내려다 보였습니다.
그것은 티베르 오스티아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루하고 고달픈 여행끝에 거기서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둘이서 즐겁게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잊고 미래의 일에만 열중하여 진리이신 당신 앞에서
성자들이 앞으로 받을 영원한 생명에 대해 서로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마음에 떠오르지도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미래의 생활에 대해 마음의 문을 크게 열고 당신 앞에 있는
생명의 샘, 그 천국의 샘물을 갈망하며 그 깊은 뜻을 생각해 내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대화가 육체적. 감각적 쾌락은 아무리 크고 기쁜 것일지라도
영생의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본질적 존재에 대한 열렬한 소망으로 상승하여
단계적으로 모든 물체계를 뚫고 지나서 저 하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업적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또 찬양하면서 계속 오름으로써
마침내 우리 정신계에 이르러서는 다시 솟구쳐
다할 줄 모르는 풍요의 땅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그 땅에서 이스라엘을 영원한 진리의 양식으로 먹이셨습니다.
그곳에서는 생명이 지혜이며 그 지혜로 말미암아
이제까지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일체의 피조물이 발생합니다.
지헤 그 자체는 생성이 없고 언제나 그대로이며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다시 말헤서 그것은 과거나 미래가 없고 오직 현재만 있는데
그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미래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갈망하는 동안 우리의 온 마음을
그 일 하나에 집중시켜 순간적이나마 그것에 살짝 대어 보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정신의 첫 열매'를 그곳에 남겨 두고
말의 시작과 끝이 있는 대화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 속에 멈추면서 늙지 않고 더구나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우리의 주이신 당신의 말씀에 비해서 얼마나 생소한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내부에서 육체의 외침이나 땅이나 물이나 공기가 침묵하고
천계도 영혼도 스스로 침묵함으로써 자신을 잊고자 할때
또한 꿈이나 상상적인 환상이 침묵하고 모든 말의 표지나
생멸하는 모든 것이 침묵하며 자기들을 만드신 분에게로 귀를 기울일 때,
또한 하나님 자신이 그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홀로 말씀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 말씀을 육체의 혀나 비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분이 친히 우리에게 이런 말씀 하심을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마치 지금 우리가 이것을 만져 보고 바람결같이 흐르는 생각에 영원한 것,
그러니까 모든 것 위에 고정하는 지혜를 대볼 수 있었던 것처럼,
또한 만일 이것이 계속되어 성질이 다른 것은 모두 사라지고
관찰자가 이것 만을 붙잡아 받아들이고 내적인 기쁨 속으로 가라앉는다면
그리하여 영생이 우리가 동경하는 한숨짓는 순간의 인식과 같다면
그것은 바로'네 주의 기쁨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신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언제쯤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는 모두 부활하지만 모든 자가 반드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는 말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와 꼭 같은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주여, 당신은 알고 계십니다.
그날 이런 말들을 하는 동안 이세상은 온갖 쾌락과 더불어 허무하게 보였습니다.
그대 그녀는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이 세상에는 이제 나를 기쁘게 할 것은 더 이상 없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살고 싶어했던 이유는
내가 죽기 전에 네가 그리스도의 아들이 되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나님은 내 소원을 넘치도록 들어 주셨지.
네가 지상의 행복을 버라고 하나님의 종이 된 것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내가 더 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제9 권 개종과 모니카의 죽음 - 11. 모니카의 죽음
어머니의 이 말에 무슨 대답을 했는지 확실히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지 닷새도 못 되어 어머니는 열병으로 자리에 누웠으며
어느날 잠시 동안 의식을 잃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달려갔지만 어머니는 잠시 후에 의식을 회복하시고
곁에 서있던 나와 내 동생을 바라보시며 '내가 어디 있었지?'하고
의심스러운 듯이 물으신 후 비탄에 잠긴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여기에 묻어 다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말없이 눈물을 억제했습니다.
내 동생은 어머니를 타향이 아닌 고향에서 돌아가시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그녀는 찌푸린 표정으로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꾸짖은 다음
나를 향해 '네 동생이 무슨 말을 했는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에게 '너희는 나를 어디에 묻든지 상관하지 말아라
하지만 한 가지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너희가 어디를 가든지
주님의 제단에서 나를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라는 말을 마치고는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시여!
나는 당신이 신자들의 마음에 씨를 뿌리시고 거기에서 신기한 열매를 맺게 하시는
당신의 선물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다음과 같은 일을 회상했습니다.
나는 언젠가 어머니가 자기 남편 무덤 옆에 자리를 보아 두고
거기에 묻히게 되기를 바랐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녀는 생전에 남편과 정답게 살았던만큼 그의 곁에 묻히기를 원했고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어머니는 바다를 건너 돌아다녔어도
두 사람은 같은 곳에 묻혔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처럼 허무한 생각은 어느새 당신의 사랑이 충만함에 따라서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그같은 고백을 하셨을 때 나는 몹시 기뻐했습니다.
이미 저 창가에서 대화할 때 어머니가
'내가 여기서 더 할 일이 무엇이겠는냐.'고 하신 것을 생각해 보아도
어머니에겐 고향에 가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이미 오스티아에 계실때 어느 날 몇몇 친구들과 함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이 삶을 가볍게 생각하고
죽음이 선행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들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친구들은 당신께서 주신 어머니의 위대한 영혼에 놀라면서 묻기를
고향에서 멀리 떠나 그 주검을 타향에 내버려 두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고 했더니
어머니는 '아무것도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지 않으며
세상 끝날에 하나님께서 나를 어느 곳에서 부활시킬지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라고 답변하셨답니다.
그리하여 앓은지 9일 만에, 어머니 나이 쉰여섯, 내 나이 서른세살 때
신앙심 두터운 경건한 영혼은 육체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제9 권 개종과 모니카의 죽음 - 12.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다
나는 어머니의 눈을 감겨 주었으며 내 가슴 속에서는 슬픔의 물결이
세차게 복받쳐 눈물이 되어 흘러 내렸습니다.
나의 눈은 즉시 정신의 엄한 명령을 받고 눈물의 근원을 빨아 올려
말라 버리게 했으나 그 노력을 하기란 몹시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때 어린 아레오다투스는 울음을 터뜨렸으나
모두들 달래는 바람에 곧 울음을 그쳤습니다.
어린애 같기는 마찬가지여서 나도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어른 다운 꿋꿋함으로 눌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머니의 장레를 비탄이나 눈물 또는
한숨 속에서 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불쌍하거나
아주 소멸해 버리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하지만
어머니는 불쌍하게 죽은 것도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 생활의 행실과 꾸밈없는 신앙과
확실한 신념으로 인해 굳게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토록 마음 속으로 고통스러워했을까요?
그것은 다만 지극한 사랑과 행복 속에서 같이 살아 오던 습관을
갑자기 빼앗겨서 생긴 새로운 상처에 불과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부드럽게 공양해 드린 것을 기억하여 임종의 순간까지도
나를 착한 아들이라고 부르고 내 입에서 상스러운 말이나
부모의 말을 거역한 일이 없다고 칭찬하셨는데 그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이시여!
그런 하찮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내가 어머니를 공양한 것과
어머니가 내게 베푸신 봉사를 어떻게 감히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처럼 어머니의 큰 위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영혼은 상처를 입고
나의 생명과 어머니의 생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이 갈가리 찢어진 것입니다.
소년이 울음을 그치자, 에보디우스는 시편을 펴들고 그중 한 편을 노래했습니다.
그러지 온 집안 사람들이 거기에 맞추어
'주님이시여,당신의 자비와 심판을 당신에게 찬송합니다.'하고 따라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남녀 교우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장례를 맡은 사람들이 풍습대로 하는 동안 나는 한 구석으로 물러 앉아
나를 혼자 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 틈에 끼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그러한 진리의 진정제로 오직 당신만이 알고 계신 괴로움을 달랬던 것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은
내가 아무런 슬픔도 느끼지 않는 것 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들을 수 없도록
당신의 귓전에 대고 감정의 나약함을 꾸짖고 슬픔의 눈물을 억제했습니다.
그리하여 슬픔을 얼마동안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슬픔이 복받쳐 올랐지만
눈물을 흘리거나 슬픈 표정을 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 속에 눌러둔 슬픔이 통곡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인간적인 것이 사물의 질서에 따라, 우리의 현 존재의 운명에 따라
한 번은 꼭 오고야 말 것이며 내가 자신에 대해 괴로워하므로
내 괴로움에 새로운 괴로움까지 배가되어 나에게 이중의 상처를 주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의 유해가 묘지로 운반되었습니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거기서 떠나올 때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 지방의 풍속대로 무덤에 시체를 안치하고
어머니를 위해 속죄의 제물로 당신께 기도를 드릴 때
즉 당신을 위해 기도를 올릴 때에도 나는 울지 않았으나
온종일 그저 묵묵히 마음 속으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란한 마음으로 이 슬픔을 낫게 해주십사고 기도했으나
당신은 들어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습관의 유대라는 것이 정신에 대해서까지도
그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명심하자는 뜻인 듯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목욕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마음의 짐을 떨어 버리는 것을 '바르네이온(목욕)'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아의 아버지시여, 나는 그 일조차도 당신의 자비앞에 낱낱히 고백합니다.
목욕을 하긴 했지만 하기 전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슬픔의 쓰라림은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한숨 자고 난 후에야 슬픔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혼자 누워 암브로시우스의 그 진실에 넘치는 찬미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시여, 당신은 모든 것의 창조자
온 하늘을 밝히옵니다.
밝은 빛으로 낮을 옷 입히시고
포근한 잠으로 밤을 옷입히시며
하늘을 다스리는 임
나른한 팔다리 쉬게 하시어
내일의 힘을 길러 주시고
피곤한 마음에 생기를 주시어
시름에 찬 고달픔을 잊게 하십니다.
그로부터 나는 점차로 당신의 여종을 기리게 되었고
당신에게는 경건하고 우리에게는 부드럽고 상냥하던 그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당신 앞에서 그녀와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녀와 나에 대해서 울고 싶었습니다.
억제했던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기 때문에 나는 쏟아지는 눈물 위에
마음이 자리를 펴고 거기 슬픈 마음을 뉘어 놓았습니다.
내가 이처럼 큰소리로 울어도 비방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오직 당신의 귀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시여! 지금 당신에게 그 사실을 글자로 써서 고백하오니
읽고 싶은 자는 읽고 멋대로 해석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의 면전에서 살 수 있도록 여러 해를 두고 나를 위해 울어 준
어머니에 대해 이처럼 약간의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원대한 사랑이 있다면 모든 그리스도의 형제들의 아버지인
당신 앞에서 슬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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