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天路歷程]John Bunyan

천로역정 52

好學 2009. 6. 11. 14:29

 

천로역정 52 -  John Bunyan 


이때 크리스찬이 동료에게 말했다.

"이 근처에 살고 있던 어떤 착한 사람에게 있었던 일을 들었던 게 생각나는군요.
그 사람의 이름은 '작은 믿음(Little-faith)'이었고,
아주 착한 사람으로 '성실(Sincere)'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있었던 일이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 길이 시작되는 부근에 '대로문(大路門, Broad-way-gate)'과
연결되는 골목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길을 '죽은 자의 길(Dead-man's Lane)'이라고 했는데,
거기에서 살인사건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됐답니다.
그런데 작은 믿음이 지금 우리처럼 순례의 길을 가다가
바로 거기에서 우연히 앉아서 쉬다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대로문으로부터 세 명의 억센 건달들이 그 골목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겁쟁이(Faint-heart)', '불신(Mistrust)'
그리고 '범죄(Guilt)'라고 하는 삼형제였습니다.
작은 믿음이 거기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본 그들은 재빨리 줄달음쳐왔습니다.
그때 착한 순례자는 막 잠에서 깨어 여행을 계속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은 그에게 달려들어 협박조로 그를 불러 세웠습니다.
작은 믿음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싸울 힘도 도망칠 힘도 없었습니다.
겁쟁이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돈지갑을 내놓아라.'

그가 돈을 빼앗기는 게 억울해 우물쭈물하자 불신이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은화가 들어 있는 지갑을 꺼냈습니다.
그래서 작은 믿음이 소리쳤습니다.

'강도야! 강도.'

그러자 범죄가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로 작은 믿음의 머리를 내리쳐
그는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을 게 뻔한데도
강도들은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강도들은 그것이 '훌륭한 믿음(Good-confidence)'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큰 은총(Great-grace)'이 아닌가 하여 겁을 먹고는
그 착한 순례자를 홀로 내버려둔 채 도망쳤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작은 믿음은 간신히 일어나 비틀거리며 자신의 길을 갔다고 합니다.
이게 내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희망 : 그럼 강도들이 작은 믿음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다 털어 갔습니까?
크리스찬 : 아닙니다.
          강도들은 보석을 감춰둔 곳을 미처 뒤지지 못했기 때문에 보석은 그냥 가지고 있었죠.
          그러나  내가 듣기에 그 착한 사람은 돈을 강탈당한 것 때문에 몹시 상심해 했다고 합니다.
          강도들이 그의 노자를 거의 다 털어갔으니까 말입니다.
          강도들이 보석과 얼마간의 잔돈을 남겨놓기는 했지만
          그 돈으로 남은 여행을 다 마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 구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보석은 팔 수가 없었기 때문에 구걸도 하고
          그 밖의 온갖 짓을 다 하면서도 그는 끝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나머지 길을 거의 다 갔다고 합니다.

희망 : 하지만 그 강도들에게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증명서를 빼앗기지 않은 게 참으로 신기한 일이군요.
크리스찬 : 신기한 일이죠.
          어쨌든 그것은 빼앗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빼앗기지 않은 것은 그의 행동이 기민해서가 아니었지요.
          그는 강도들이 달려들 때 너무 놀라서 무엇을 감추거나
          어떻게 해볼 힘도 경황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므로 강도들이 증명서를 손에 넣지 못한 것은 그의 어떤 행동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선한 신의 섭리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희망 : 또한 보석을 빼앗기지 않은 것도 그에게 큰 위안이 됐을 것입니다.
크리스찬 : 보석을 유효적절하게 팔아 쓸 수만 있었다면 큰 위안이 되었을 텐데 그는 그 보석을 여행이 끝날 때까지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돈을 강탈당한 것에 너무나 낙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도중 거의 보석을 생각하지 못했을 뿐더러 간혹 생각이 나서 위안을 느끼다가도 돈을 잃어버린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면 그런 생각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희망 : 참 가엾은 사람이군요. 그에게는 그것이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었겠죠.
크리스찬 : 예, 물론 크나큰 슬픔이었겠죠. 
      그처럼 낯선 장소에서 강도를 만나 모두 강탈당하고 상처까지 입었다면
          슬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 불쌍한 사람이 슬픔에 묻혀 죽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요. 

나머지 여행길에서 그는 슬프고도 쓰디쓴 불평만 계속 터뜨렸다고들 하더군요. 그를 앞지르는 사람에게도, 혹은 그가 앞질러 가는 사람에게도 그는 줄곧 자기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놈들에게 무엇을 강탈당했으며, 어떻게 상처를 입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가를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희망 : 그런데 여행 도중 자기의 보석을 팔거나 혹은 전당이라도 잡혀
         그 어려움을 어떻게라도 덜어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크리스찬 : 마치 오늘날 머리가 텅 빈 작자들이 말하듯이 하는군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전당을 잡히며 누구에게 보석을 팔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가 강탈당한 그 나라에서는 아무도 그런 보석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그것을 팔아서까지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볼 생각은 없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늘나라의 문에서 그 보석을 제시하지 못했더라면 그는 출입허가를 받을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죠. 
당신이 말한 그런 일은 작은 믿음에게는 수만 명의 강도들을 만나 봉변당하는 것보다 더 비참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희망 : 그렇게까지 신랄하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잖습니까? 
에서는 가장 중요한 보석인 맏아들 상속권을 단지 팥죽 한 그릇에 팔았는데 
작은 믿음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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