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박장대소拍掌大笑

우린 지리산으로 유학가요

好學 2012. 9. 18. 00:19

 

우린 지리산으로 유학가요

 

 

"뭐어? 지리산?"

"그래, 지리산"이라고 그녀가 심드렁히 대꾸했을 때 뒤로 나자빠진 사람은 시어머니를 포함, 모두 마흔아홉 명이었다. 방학 중 연락을 받은 4학년 큰 딸애 담임선생님은 진정 놀란 듯했다. "산이요? 마운틴의 그 산이요?"

그도 그럴 것이, 딸 셋 줄줄이 낳아놓고 자기가 허준인양 약초와 풍수에 미쳐 팔도를 떠도는 그녀의 날라리 남편이 맘 잡고 서초동 한의원에 취직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담임이었다. '전학'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당연히 염창동에서 서초동, 즉 강남으로 진출한다는 말로 알아들은 것인데, 팩트는 지리산 골짜기였으니 '저 집구석이 별안간 깡거지가 되었나, 남편이 그예 사고를 쳤나' 머릿속이 하수상했던 것이다.

연유를 묻는 이들에게 그녀는 예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한 달 전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그러더군. 생활비는 열심히 벌어 부칠 테니 애들 데리고 1년 만 지리산에서 살다 와주면 안되겠냐. 순간 저 인간이 완전히 미쳤구나 싶은데, 밤새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어. 나의 세 딸들이 언제 한번 대자연 속에서 사계를 누리며 살아볼 건가, 지리산 보고 자란 아이와 빌딩 숲 갇혀 산 아이의 품이 다르지 않겠나 싶은 것이…."

물론 그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은 쌍수를 들어 반대했다.

"자연? 그거 개멋이야. 1년 뒤 돌아와 수학을 어떻게 따라가려고 그래?"

"인성, 그거 너무 길러줘도 부작용난다. 네 딸들이 지리산에서 머리 땋고 쭈욱~ 살겠다고 하면 너 어떡할래."

갖은 협박이 이어졌으나 그녀 덤덤하게 진압했다. "지 팔자지 뭐." 이어 자랑이 늘어진다.

"혹시 아냐. 거기 가면 우리 딸들도 전교생 열다섯 명 중에 1등이란 걸 해볼랑가. 그새 소문이 나서 이장님, 부녀회장님, 교장선생님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야. 우리가 살 2층집은 방 다섯 개에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데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가 15만원이지. 환상 아니냐? 우리는 물 맑고 인심 좋은 산촌으로 유학 간다 이 말이다!"

복병은 시어머니였다. "아범도 없이 그 험준한 산골에서?" 하시기에 "서울서도 아범 얼굴 못 보긴 마찬가지예요" 했더니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우셨단다. 하여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아들 낳아 올게요~' 했지. 남편과 짜고, 지리산 그 집터가 아들 쑥쑥 낳게 하는 형세라고 거짓을 아뢰었지. 완판 거짓도 아니지. 누가 아나. 지리산 정기를 받아 늦둥이 하나 덜컥 들어설지. 내 나이 비록 마흔하고도 둘이지만, 클클~."

이것이 용감무쌍 4모녀가 설 연휴 지나 지리산행 열차를 타게 된 파란만장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