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9. 아버지의 마음 1

好學 2012. 3. 23. 21:40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9. 아버지의 마음 1  
    너 그말 취소해! 
    나는 세실 제이콥에게 다그쳤다. 
    이 일은 앞으로 오빠와 나에게 닥쳐올 작은 시련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한 번만 더 싸웠다는 소릴 들으면 
    단단히 조처를 취할 거라고 했다. 
    이제 그런 유치한 싸움을 벌이기엔 나이도 먹었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자제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만큼 빨리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 순간엔 그 말씀을 잊고 있었다. 
    세실 제이콥이 잊게 만든 것이었다. 
    그저께 운동장에서 스카웃의 아빠는 
    검둥이 변호사라고 떠들어댔고 난 아니라고 대들었다. 
    나는 그 일을 오빠에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별거 아니야, 아빠께 여쭤봐. 
    그날 저녁이었다. 
    아빠는 검둥이를 변호하세요? 
    물론이지, 스카웃. 그런데 검둥이가 뭐니? 
    그렇게 부르지 마라. 아주 품위없는 말이니까. 
    학교에선 다 그렇게 부르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한 사람이라도 그러지 말아라. 
    그렇다면 왜 저를 학교에 보내세요? 
    거기선 온통 그런 걸 배우는데요. 
    아버지가 날 재미있다는 듯 조용히 바라보았다. 
    난 타협을 했는데도 첫날 이후 어떻게 해서든 
    학교를 피해보려는 몸부림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지난달 구월 초부터는 현기증이나 
    가벼운 배앓이 정도의 일시적 증세를 호소했고, 
    지독한 피부병에 걸려 있는 라이첼 아줌마네 집 요리사 아들에게 가서 
    오 센트를 주고 그 아이 머리를 비벼보기도 했지만 나에겐 옮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난 또 다른 핑계를 찾아낸 것이다. 
    모든 변호사는 흑인을 변호하나요? 
    물론이다, 스카웃. 
    그럼 왜 세실 제이콥이 아빠더러 검둥이 변호사라고 하는 거죠? 
    마치 아빠가 법을 위반하시기라도 한다는 말투였어요. 
    아버지는 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난 그저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을 변호하고 있단다. 
    그는 쓰레기 매립지 부근에 살고 있지. 
    칼퍼니아 아줌마네 교회에 다니고 있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스카웃, 넌 세상일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리다. 
    요즈음 마을에선 그 사람을 변호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지. 
    이번 여름회기 때 이 공판이 시작될 거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지만 존 테일러 판사님이 그때까지 연기해주셨단다. 
    안 된다는데 왜 그걸 하시는 거예요? 
    몇 가지 이유가 있단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 공판을 맡지 않고는 
    이 마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고, 
    소위 이 메이컴 군의 입법부에서 일한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너와 젬에게 어떤 일이든 가르칠 수조차 없게 되지. 
    그럼, 오빠랑 내가 아빠 말씀을 안 듣게 된다는 건가요? 
    말하자면 그런 거지. 
    왜요? 
    난 다시는 너희들에게 내 말을 들으라고 명령할 수가 없게 되거든. 
    스카웃, 모든 변호사들은 말이다, 
    그의 생애 중 한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공판이 한 가지는 있는 거란다.
     이 아빠한테는 이번이 그렇단다. 
    앞으로 학교에서 이 일에 대해 불쾌한 일을 겪게 될 거다. 
    하지만 나를 위해 네가 해줄 일이 있다면 
    그건 머리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 거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그 애들이 널 놀리는 재미를 주지 말라는 거다. 
    머리로 싸우라는 얘기지. 
    그것이 설령 네 공부에 조금 지장을 준다 해도 괜찮다.  
    아빠, 우리가 이길 건가요? 
    아니. 
    그러면 왜?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모든 것이 꼭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단다. 
    아빠는 꼭 아이크 아저씨 같은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의 사촌형인 아이크 핀치 아저씨는 
    메이컴 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부동맹 기자 출신의 제대군인이었다. 
    그 아저씨는 후크 장군처럼 턱수염을 길렀는데 
    지나치게 자부심이 강한 분이었다. 
    아버지는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오빠와 나를 데리고 
    그 아저씨를 찾아뵈었고 그때마다 뺨에 키스를 해야 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게다가 오빠와 나는 두 분의 전쟁에 관한 얘기를 또 한 번 공손히 들어야만 했다. 
    애티커스, 내가 말해주지. 
    아이크 아저씨는 그렇게 이야길 시작하곤 했다. 
    그 미조리 주에서의 타협은 우리를 능가한 거야. 
    또다시 그것에 뛰어들게만 된다면 전에 아니 
    그보다 더 전인 1864년에 그들을 패배시켰듯이 한 발 한 발 이겨나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스톤월 잭슨 장군이 파병되고 ,,, 아! 우리 어린양반들께 미안한데 ,,, 
    그리고 그 올 블루 라이트(잭슨장군)도 저 세상으로 가시고 ,,, 
    신이 그 영혼을 돌봐주실 거야 ,,, . 
    이리 오너라, 스카웃. 
    아버지가 팔을 벌렸다. 
    난 무릎으로 기어들어가 아버지의 턱 아래 내 머리를 끼워넣었다. 
    아버지는 팔을 둘러 천천히 흔들어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번은 다릅니다 형님, 이번은 북군 양키와 싸우는 게 아닙니다. 
    친구들과 싸우는 거죠.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얼마나 쓰디쓴 결과인지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겁니다. 
    그들은 우리의 친구이며 여긴 우리 고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