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4

好學 2012. 3. 18. 20:5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4  
    우리는 밀리다시피 래들리 집으로 갔다. 
    불길이 머디 아줌마네 집을 조용히 삼켜버리는 동안 
    거리는 남자 어른들과 차로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왜 서두르지 않을까. 왜 좀더 빨리 못하지 ,,, . 
    오빠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그 이유가 밝혀졌다. 
    낡아빠진 불자동차가 추위에 시동이 꺼져 마을사람들이 밀어오고 있었던 데다가 
    소화전에 호수를 이었지만 물이 쏟아지는 듯하더니 
    이내 얼어서 보도 위로 달가닥거리며 떨어져버렸다. 
    오, 하나님 ,,, . 
    오빠가 내 팔을 잡았다. 
    괜찮아, 스카웃. 아직 걱정할 때가 아니야. 
    그렇게 되면 말해줄게. 메이컴 남자들은 각자 옷을 입거나 벗은 채로 
    머디 아줌마네 가구를 끌어내 길 위로 날랐다. 
    무거운 떡갈나무 흔들의자를 나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머디 아줌마가 가장 아끼는 것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씀씀이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외쳐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에이베리 아저씨의 얼굴이 위층 창문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소리칠 때까지 그는 매트리스며 가구를 밀어 내려뜨렸다. 
    딕, 어서 내려와요. 사다리 갑니다. 거기서 빠져나와요. 어서, 에이베리 씨! 
    에이베리 아저씨가 창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스카웃, 꼼작 못하게 됐어 ,,, . 
    에이베리 아저씨가 갇혀 있었다. 
    나는 오빠의 팔에 얼굴을 묻고 오빠가 소리칠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풀려났어, 스카웃. 무사하셔. 
    그제야 고개를 드니 에이베리 아저씨가 위층 현관을 건너고 있었다. 
    난간 위에서 그네를 타듯 뛰어 기둥을 타고 소리지르며 
    미끄러져 머디 아줌마의 머루나무 위로 떨어졌다. 
    갑자기 어른들이 후퇴하더니 우리 쪽으로 내려왔다. 
    더이상 가구도 나르지 않았고 불길은 순식간에 이층으로 퍼져 지붕을 삼키고 있었다. 
    시커멓게 타버린 창문틀에서 오렌지빛 불길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 꼭 늙은 호박 같아. 
    저길 봐, 스카웃. 
    연기가 우리집 쪽으로 넘실대고 라이첼 아줌마 집도 강둑의 안개가 피어오르듯 자욱했다. 
    남자들이 호스를 그곳으로 들이댔다. 
    애보츠빌에서 온 불자동차가 왱왱 거리며 커브를 돌아 우리집 앞에 멈추었다. 
    그 책 ,,, . 
    뭐라구? 
    오빠가 물었다. 
    그 (톰 스위프트) 그거 내 것도 아닌데 ,,, 딜 건데 ,,, . 
    걱정 마, 아직은 괜찮아. 
    오빠가 말했다. 
    저길 봐. 
    이웃사람들 속에서 아버지가 코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서 있었다. 
    마치 축구경기라도 관람하듯 머디 아줌마 옆에 서 있었다. 
    봤지? 아직 걱정하시지 않잖아. 
    왜 아빠는 집 위에 올라가지 않으실까? 
    너무 늙으셨어. 목이 부러질 거야. 
    가서 우리 물건 끌어내자고 할까? 
    됐어, 언제 그래야 하는지는 알고 계실 거야. 
    애보츠빌에서 온 소방차가 우리집에 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누군가 지붕 위에 서서 가장 위험스러운 곳을 가리켰다. 
    나는 우리의 허깨비 눈사람이 까맣게 녹아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머디 아줌마의 밀짚모자가 흙더미 위에 떨어져 있었고, 
    원예용 가위는 보이지 않았다. 
    불길 때문에 어른들은 코트와 목욕가운을 벗어던지고 
    파자마 상의나 잠옷을 바지에 쑤셔넣고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있는 곳은 점점 더 춥게 느껴졌다. 
    나는 오빠에게서 팔을 빼내어 양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며 발을 굴렀다. 
    또 한 대의 불자동차가 스테파니 아줌마네 집 앞에 섰다. 
    그렇지만 수도전이 없어 소화기만으로 불을 꺼야 했다. 
    머디 아줌마의 양철지붕이 화염에 녹아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장작더미 사이로 불길이 솟아오르자 이웃집 꼭대기에 올라가 있던 사람들이 
    모포를 들고 몰려와 불꽃과 장작더미 위를 두들겨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