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2

好學 2012. 3. 18. 07:4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2 


지난 여름 아저씨가 벌인 그 광경을 한 번 더 보게 되길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를 그 아저씨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이 대가라면 할 말이 없기도 했다.
나는 에이베리 아저씨가 어디에서 그런 기상학적 통계를 모아오는지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은 로제타 석에 직접 씌어 있을 테니까.

젬 핀치, 얘 젬 핀치!
머디 아줌마가 부르셔, 오빠.

현관 부근에 아르메리아가 눈 속에 묻혀 보이지 않으니 밟지 않도록 조심해라!
예.
오빠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멋있죠, 머디 아줌마?
글쎄다. 그렇지만도 않은걸.
만약 얼음이 언다면 내 철쭉꽃은 다 죽어버릴 테니!

머디 아줌마의 낡은 밀짚모자 위에 눈송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줌마는 덤불 위에 엎드려 누런 삼베로 꽃나무를 싸매주고 있었다.
오빠가 왜 그렇게 해주느냐고 물었다.

따뜻하게 해주려는 거지.
어떻게 따뜻하게 해주나요. 그건 느끼지도 못할 텐데.
글쎄,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더 추워지면 꽃들이 얼어버린다는 건 확실하거든.
그래서 감싸줘야 하는 거야! 이젠 알겠니?
네. 머디 아줌마?
으응?
아줌마네 눈 좀 가져가도 되나요?
그럼, 모두 가져가렴. 저기 삼태기로 나르면 되겠지.

머디 아줌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젬 핀치, 그 눈으로 뭘 하려는 거지?
두고보면 아실 거예요.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눈을 마당으로 가져왔다.

이걸로 뭘 할 건데, 오빠?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자, 이제 앞마당으로 옮기자. 발자국만 따라 와.

오빠는 역시 주의주는 걸 잊지 않았다.

꼬마눈사람 만들 거야?
아니, 진짜 눈사람. 그러니까 열심히 모아야 해.

오빠는 뒷마당에서 괭이를 가져와서는 장작더미 옆을 파냈다.
그러면서 나오는 지렁이와 벌레는 옆으로 치웠다.
그리곤 다시 빨래바구니에 흙을 담아 앞마당으로 날랐다.

우린 마침내 바구니로 흙을 다섯 차례나 나르고 눈을 두 바구니 모았다.

이건 흙투성이잖아.
이따가 다시 할 거야.

오빠는 흙을 듬뿍 퍼서 흙더미 위에 덧붙여 가볍게 도닥거리며
뼈대가 세워질 때까지 붙여나갔다.

검둥이 눈사람이 있다는 소린 들어본 적도 없는데.
조금 있으면 하얗게 될 거라니까.

오빠는 툴툴거렸다.

젬 오빠는 뒷마당으로 가서 부러진 복숭아 나뭇가지를 엮어 흙을 붙여서 뼈대를 만들었다.
저건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가 팔을 엉덩이에 올려놓은 것 같아.
봐, 허리는 굵고 팔은 짧잖아.

더 크게 만들 거야.

오빠는 진흙 사람에 흙탕물을 발랐다.
오빠는 잠시 생각에 잠겨 바라보다가
허리선 아래에 커다란 배를 본떠 만들며 나를 보고 싱긋 웃었다.

눈사람 에이베리 아저씨! 그렇게 보이지 않니?

눈을 붙이기 시작했다. 앞쪽은 오빠가 하고 나는 뒤쪽만을 하도록 허락해주었다.
에이베리 아저씨가 점점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무를 조금 꺾어다가 눈, 코, 입, 단추를 만들어 에이베리 아저씨와 비슷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엔 스토브 장작 하나로 마무리를 했다.
오빠가 뒤로 물러나 그의 작품을 바라보았다.

정말 멋져. 꼭 오빠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아.
그래, 정말 그렇지?

오빠가 수줍은 듯 우물거렸다.
우린 도저히 점심때까지 아버지를 기다릴 수가 없어
전화를 걸어 놀래줄 일이 있다고 했다.
아빠는 돌아오자마자 환호를 하며 정말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었다.

난 네가 자라서 무엇이 될지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넌 언제나 기발하거든.

아버지가 칭찬을 하자 오빠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뒤로 물러서는 걸 예리하게 쳐다보았다.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점점 큰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