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5

好學 2012. 3. 23. 21:3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5  
    처음엔 한두 명씩, 그리곤 무리를 지어 남자들이 그곳을 떠날 때쯤엔 멀리서 먼동이 트고 있었다. 
    그들은 메이컴 소방차를 시내로 밀고 갔고, 애보츠빌 소방차도 떠났다. 
    육십 마일이나 떨어진 클락스 페리에서 온 소방차만이 남겨졌다. 
    오빠와 나는 미끄러지듯 길가로 내려갔다. 
    머디 아줌마가 마당에서 까맣게 그을어버린 퀭한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못하도록 우리를 집으로 몰았다. 
    머디 아줌마는 당분간 스테파니 아줌마 집에서 머물 거라고 했다. 
    내가 온몸을 떨고 있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뜨거운 코코아 마실 사람? 
    아버지는 부엌 스토브에 불을 당겼다. 
    코코아를 마시다가 아버지는 처음엔 이상하다는 듯, 
    그 다음은 꾸짖기라도 할 듯 나를 살펴보았다. 
    너희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그곳에 있으라고 했을 텐데. 
    그럼요, 그렇게 했어요. 우린 ,,, . 
    그럼, 저건 누구 담요지? 
    담요요? 
    그래. 이 꼬마아가씨야. 그 담요는 우리 것이 아닌데. 
    갈색의 북미풍 담요가 내 어깨 위에 둘러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머, 어떻게 된 거지? 저 ,,, 전 ,,, . 
    나는 영문을 몰라 오빠를 쳐다보았지만 
    오빠는 더욱 어리둥절해 하며 담요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으며 
    아빠가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 
    래들리 집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열을 올리며 설명하다가 갑자기 말을 그쳤다. 
    나단 아저씨는 불난 곳에 없었어요 
    오빠가 뭔가 석연치 않은 듯 말했다. 
    그 아저씨를 본 것 같아요. 아니, 봤어요. 
    그분이 모포를 씌워주셨을거예요, 아버지. 정말 ,,, . 알았다. 
    아버지가 천천히 웃었다. 
    어찌됐건 오늘밤은 메이컴 사람 모두가 밖으로 나왔구나. 
    젬, 찬장에서 포장지를 가져와라. 
    우리가 ,,, . 
    아빠, 안 돼요! 
    오빠는 마치 실성한 듯 우리의 비밀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듯 한 가지도 빼놓지 않고, 
    옹이구멍에서부터 바지사건까지 모두 쏟아놓았다. 
    ,,, 우리가 그곳에서 아무 것도 발견 못하도록 나단 씨가 시멘트로 발라버린 거예요. 
    사람들 말대로 그는 미쳤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절대로 우릴 해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날 밤 나를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까지 잘라놓을 수도 있었는데 
    대신 바지를 꿰매주기까지 한걸요. 
    그는 절대로 우릴 해치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 
    그럴 거다, 아들아. 네 말이 맞다. 
    이 담요는 우리가 보관하는 게 좋겠구나. 
    언젠가는 스카웃이 감사하게 될 날이 올 거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러워 안심은 됐지만 
    나는 아버지가 오빠의 얘기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감사를 해요? 
    부 래들리. 너는 불에 정신이 팔려 그 아저씨가 모포를 둘러준 것도 몰랐던 거야. 
    오빠가 흉내를 내듯 모포를 들고 나에게 살금거리며 다가올 때는 
    뱃속이 뒤틀리면서 거의 토할 것만 같았다. 
    그는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 
    이렇게 돌아보며 ,,, 다시 살금 ,,, 사 ,,, 알금 다가와서 이렇게 ,,,! 
    아버지가 무뚝뚝하게 웃었다. 
    제레미, 그렇다고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진 말아라. 
    오빠가 이마를 찡그리며 대답했다. 
    아무 짓도 안 할 거예요. 
    그래도 난 오빠의 눈에서 새로운 모험의 광채를 볼 수 있었다. 
    스카웃, 생각해봐. 
    네가 잠깐만 돌아봤다면 넌 그를 볼 수 있었던 거야. 오, 맙소사. 
    칼퍼니아 아줌마는 정오가 되어서야 우리를 깨웠다. 
    아버지는 잠을 푹 자지 못한 상태에선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며 우리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우린 칼퍼니아 아줌마의 명령에 따라 앞마당으로 나갔다. 
    머디 아줌마의 밀짚모자가 얇은 얼음 속에 박혀 있었다. 
    호박반지 속에 있는 파리를 연상시켰다. 
    우린 원예용 가위를 흙 속에서 찾아냈다. 
    뒷마당으로 가보니 머디 아줌마가 얼어붙은 철쭉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