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1

好學 2012. 3. 18. 07:4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8. 예기치 않은 친구 1 


그해 겨울로 접어들면서 메이컴에 전해져 내려온 예언들이 불가사의하게 일어났다.
그것은 많은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지난 보름 동안이 1885년 이래 가장 추웠다고 들려주었다.
에이베리 아저씨에 의하면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거스르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며,
담배를 피우거나 서로 싸우면 계절이 뒤죽박죽이 된다고 로제타 석에 씌어 있다는 것이다.
로제타 석이란 1799년 나일 강변에서 발견된 이집트 비석이다.
오빠와 나는 자연을 변화시킨 데 대한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으로 인해 이웃이 불행을 겪었고 그래서 우리는 불안했던 것이다.
그해 겨울 래들리 부인이 목숨을 잃었다.
부인의 죽음은 어떠한 파문도 일으키지 않았다.
이웃들은 그녀가 칸나에 물을 주는 시간외엔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빠와 나는 마침내 부가 그녀를 해친 거라고 단정했지만
그집을 다녀온 아버지는 그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우리는 적잖이 실망을 느꼈다.

여쭤봐.
오빠가 속삭였다.

오빠 나이가 더 많으니까 오빠가 해.
그러니까 네가 하라는 거야.
아빠, 아서 씨 보셨어요?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신문 너머로 굳은 표정을 짓고 쳐다보셨다.
아니.

내가 더 질문을 하려 하자 오빠가 나를 저지했다.
아버지가 래들리에 대해 아직도 예민해 있으니 더이상 조르지 말라고 했다.
지난 여름 연못에서의 스트립 포커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근거가 없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창문 밖을 본 나는 놀라움으로 거의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아버지는 그 소리에 놀라 면도를 하다 말고 목욕탕에서 뛰어나오셨다.

아빠, 세상이 끝났어. 제발 어떻게 좀 하세요.
나는 아빠를 창문으로 끌고 갔다.

아니야, 저건 눈이 오는 거란다.

오빠는 눈이 계속될지를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오빠도 눈을 본 적은 없었지만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 역시 눈에 관한 한 오빠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

아마 녹으면 비가 될 거야.

전화벨이 울리자 아버지가 수화기를 들었다.

율라 메이 양인데 처음 오는 눈이라 학교를 쉰다고 하는구나.

율라 메이는 메이컴의 수석 전화교환원으로 공공기관의 발표나,
결혼 초청, 소방서 사이렌을 울렸고,
의사선생님이 부재중일 땐 응급치료 지시까지 하고 있었다.

결국 아버지는 우리를 식탁으로 불러 창문 대신 접시를 보도록 명령해야만 했다.
그때 오빠는 눈사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글쎄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걸. 눈이 눈덩이를 만들 만큼 올지 어떨지 ,,, .

칼퍼니아 아줌마가 들어와 눈은 잘 뭉쳐질 거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뒷마당으로 뛰어나갔다. 푹신한 눈이 얇게 깔려 있었다.

이 안에서 걷지 마. 저봐, 네 발자국으로 온통 엉망이 됐잖니.

나는 발자국으로 움푹움푹 해진 눈자국을 돌아보았다.
오빠는 눈이 조금만 더 오면 그것을 긁어모아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혀를 내밀어 눈송이를 받았다. 타는 듯했다.

뜨거워 오빠.

아니야. 너무 차가워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먹지 마, 스카웃. 아껴야 되잖아. 그냥 내리도록 놔둬.
난 여기서 걷고 싶어.
그래, 그럼 저기 머디 아줌마네 집으로 걸어가자.

오빠가 앞마당을 가로질러 껑충거리며 뛰었고, 나도 그 발자국을 따라 쫓아갔다.
머디 아줌마네 집 앞 길에 서 있을 때, 에이베리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분은 불그스름한 얼굴에 벨트 아래로 배가 툭 불거져 있었다.

너희들이 한 짓을 봤겠지?
메이컴에선 빙하시대 이후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 같은 고약한 말썽쟁이들이 이렇게 날씨를 뒤바꿔놓았지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