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7. 누가 보내준 선물일까 2.

好學 2012. 3. 18. 07:41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7. 누가 보내준 선물일까 2.

남 앨라배마는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았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모르는 사이에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다.
겨울은 있는 듯 마는 듯, 지나간 봄으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여름으로 녹아들었다.
길고 긴 가을은 얇은 재킷이면 충분할 만한 기온을 유지했다.
오빠와 난 우리들의 활동범주를 총총거리며 돌아다녔다.

어느 날 오후였다.
다시 옹이구멍 앞에 멈추어보니 하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이번엔 오빠가 나에게 꺼내는 영광을 주었다.
나는 비누에 새긴 조그만 조각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소년이고 또 하나는 짧은 스커트를 입은 소녀였다.

난 마법에라도 걸린 물건을 본듯 비명을 지르며 땅에 내던졌다.
오빠가 얼른 집어들었다.
왜 그래?

오빠가 소리지르며 붉은 흙을 털었다.
이건 훌륭한 거야. 이런 건 본 적이 없어.

그것을 내 손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거의 완전한 두 아이의 모형이었다.
소년은 짧은 바지를 입었고 헝클어진 매끈한 머리칼이 눈썹까지 내려와 있었다.
나는 오빠를 쳐다보았다. 갈색 머리칼이 가리마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전에는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빠도 여자 인형을 한 번 보고는 내게로 눈을 돌렸다.
그 소녀상은 나처럼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를 조각한 거야.
오빠가 말했다.

누가 그랬을까?
우리 주위에 누구 조각하는 사람 알고 있니?
에이베리 아저씨.

그 아저씨는 이와 비슷한 일을 할 뿐이야.
내 말은 진짜로 조각하는 것 말이야.

에이베리 아저씨는 일주일에 평균잡아 장작 하나를 자르고 갈아
이쑤시개를 만들어 씹고 다녔다.

스테파니 아줌마의 옛 애인이야.
내가 덧붙였다.

그렇지만 그 아저씬 저 아래 살잖아. 우릴 그렇게 자세히 보았을까?

어쩌면 현관에 앉아 스테파니 아줌마를 보는 대신 우릴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내가 그 아저씨라도 그랬을 테니까.

오빠는 한참 동안이나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물어도 오빠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집으로 돌아와
그 비누조각인형을 오빠의 트렁크에 집어넣었다.

그로부터 이주일도 채 안 되었을 때였다.
우리는 껌 한 통을 또 발견했다.
래들리 집 부근의 모든 것에는 독이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우리는 신이 나서 씹어댔다.
그 다음 주에는 옹이구멍이 녹슨 메달을 내놓았다.
오빠는 그걸 아버지에게 보였다.

아버지는 그것이 철자법 우승 메달인데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메이컴 학교 철자법 경시대회에서 우승자에게 준 메달이라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누군가 잃어버린 거라며 주인을 찾아주려 해보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찾아낸 곳을 말하려 하자 오빠가 낙타처럼 뒷발로 걷어찼다.
그리곤 우승한 사람을 기억하실 수 있느냐고 여쭈어보았다.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흘 후에는 우리들에게 굉장한 선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고장난 주머니 시계로 체인에 알루미늄 칼까지 달려 있는 것이었다.

오빠, 이건 백금이지?
모르겠어. 아버지께 보여봐야지.

아버지는 새것이라면 십 달러는 족히 될 거라고 하셨다.
학교에서 누구와 교환했니, 젬?
어유, 아니에요.

오빠는 갖고다니던 할아버지의 시계를 꺼냈다.
아버지는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일주일에 하루만 그 시계를 차고 다니게 허락했던 것이다.
오빠는 그 시계를 차는 날은 달걀이라도 끼고 걷듯 어기적거리며 다녔다.

아빠, 아빠만 괜찮으시다면 대신 이걸 갖고 다닐래요.
어쩌면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