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7. 누가 보내준 선물일까 1.

好學 2012. 2. 24. 20:19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7. 누가 보내준 선물일까 1. 
    오빠는 일주일 동안이나 말도 없이 우울해 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난 오빠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만약 밤 두시에 래들리 집을 혼자 갔다 왔다면 
    그 다음날은 나의 장례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될 수 있는 한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했다. 
    개학을 했다. 이학년도 역시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 더 나빴다. 
    그때까지도 카드만을 보여줄 뿐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지는 않았다. 
    이젠 옆반이 된 캐롤라인 선생님 반은 
    웃음이 들려오는 횟수에 따라 진도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애들은 낙제하여 다시 일학년에 머물러 질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학년이 되어 잘된 일 한 가지는 오빠와 같은 시간에 수업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세시가 되면 우리는 함께 집으로 걸어오곤 했다.
    어느 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느라 학교 마당을 걷고 있었는데, 
    오빠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며칠 만에 들어보는 제대로 된 말투였다. 나는 용기를 주려 애쓰며 말했다.
    무슨 얘긴데? 
    그날 밤에 대해서야. 
    그날 밤 일은 한 마디도 안 해줬어.
    오빠는 마치 모기라도 날려보내듯 
    내 말에 손을 흔들어 날려버리곤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반바지 찾으러 갔을 때 있잖아 ,,,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바지가 온통 헝클어져 있었거든. 그런데 가보니까  .
    오빠는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내가 그곳에 가보니까, 바지가 잘 개어져서 철망 이쪽에 나와 있는 거야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야.
    울타리 이쪽에 ? 
    그리고 또 한 가지. 
    오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집에 가면 보여주겠지만, 찢어진 걸 꿰매놨어. 
    여자 솜씬 아닌 것 같구. 꼭 내가 한 것처럼 삐뚤빼뚤거렸어. 그건 거의... . 
    누군가 오빠가 그걸 찾으러 갈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오빠는 몸서리를 쳤다.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을 훤히 알고 있듯이 내 행동을 내다보고 있었던 거야.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스카웃? 
    오빠의 질문엔 호소력이 있었다. 
    나도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말했다.
    오빠랑 함께 살지 않는 한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야. 
    어떤 땐 나도 모르는걸. 그때 오빠와 나는 우리의 나무를 지나고 있었다. 
    그 옹이구멍 안에는 회색실로 꼬아진 공이 놓여 있었다.
    잡지 마, 오빠. 여긴 누군가의 비밀장소일 거야. 
    아냐, 스카웃.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월터 커닝햄 같은 아이는 이곳에 내려올 때마다 
    물건을 숨기고 우리가 따라오면 가져가버려. 
    여기에 놔두고 며칠 기다려보다가 그래도 계속 있을 땐 우리가 갖자, 응? 
    좋아, 네 말도 맞는 것 같다. 
    여긴 큰 녀석들을 피해 물건을 감추는 꼬마들의 비밀장소일 거야. 
    우리가 물건을 발견한 것도 학교가 시작됐을 때이니까. 
    응, 하지만 여름방학 때는 한 번도 이곳을 지나지 않았잖아.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날도 공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셋째날이 되어 오빠는 그 공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부터 그 옹이구멍에서 나오는 건 모두 우리 것으로 간주했다. 
    이학년은 엄했다. 
    오빠는 자기도 처음엔 그랬다며 좀더 있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육학년은 되어야 뭔가 가치있는 걸 배우게 된다고 했다. 
    육학년은 처음부터 오빠를 흥미로 이끌었다. 
    이집트 시대를 배울 때는 나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버리는 지경이 되었다. 
    한 판을 앞에 놓고 또 하나는 뒤에 두고 다리를 포개어 
    마치 그림에 나오는 이집트인처럼 걸으려 온 힘을 기울이면서 
    그 사람들은 이렇게 걸었다고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난 그들이 그런 식으로 걸으면서 
    어떻게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종알거렸다. 
    그러면 오빠는 그들은 미국인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루어놓았다고 했다. 
    화장실 종이나 영구보존의 미이라도 그들이 발명한 것이며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되었겠느냐고 외쳐댔다. 
    그에 대해 아버지는 오빠가 하는 말에서 형용사를 몽땅 빼버린다면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부언설명을 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