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6. 부 래들리 훔쳐보기 4.
우린 오빠의 바지를 되찾기 전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날 밤 뒷현관에서 나는 소리는 세 배나 크게 들리는 듯했다.
자갈밭을 스치는 모든 소리는
부 래들리가 앙갚음을 하려고 헤매는 소리 같았고
지나가는 흑인들의 웃음소리도
부 래들리로부터 풀려나 우리를 따라오는 소리로 들렸다.
덧문에서 퍼덕대는 곤충들의 소리도
부 래들리가 손가락으로 미친 듯 철사를 끊어내는 소리 같았다.
멀구슬나무는 악의를 품은 듯 살아서 꿈틀거렸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오빠의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어서 더 자, 꼬마 세눈박이야.
돌았어?
쉬잇, 아빠 방에 불이 켜졌어.
이울어진 달빛 속으로 오빠의 후들거리는 다리가 보였다.
찾으러 가야겠어.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지마, 안 돼.
오빠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가야 돼.
그럼 아빠를 깨울 거야.
그러기만 해봐, 가만두나.
나는 오빠를 내 침대로 끌어 앉히곤 이치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오빠, 나랑 래들리 씨가 그걸 발견하면 오빠옷인 줄 알 거야.
아빠께 보인다면 좀 곤란하겠지만,
그것으로 끝이잖아. 침대로 가서 자.
그게 바로 내가 염려하는 거야. 그래서 찾으러 가려는 거구.
가슴이 아팠다. 혼자 그곳으로 가다니 ,,, .
나는 스테파니 아줌마 말이 떠올랐다.
나단 씨는 다음을 위해 총알을 장정해뒀다는 것,
흑인이거나, 개거나 ,,, 오빠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결사적이었다.
그건 그럴 가치가 없어. 오빠,
조금은 속상하겠지만 오래 가지 않을 거야.
그러다가 총알이 머리를 날리면 어쩔래? 제발 ,,, .
오빠는 끈기있게 숨을 내쉬었다.
스카웃, 저, 그건 있지, 스카웃.
오빠가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날 한 번도 때리지 않으셨어. 난 그걸 계속 지키고 싶어.
이건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하루 걸러 한 번쯤은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으신 걸로 난 알고 있었는데 ,,,
그럼 오빠 말은 아빠가 아무 것도 알아채지 못하셨다는 거야?
그럴 거야, 그래서 난 그걸 지켜나가고 싶다는 거지.
스카웃, 오늘밤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어.
그때 난 처음으로 오빠와 동료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끔 오빠의 행동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길게 가진 않았다.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제발.
나는 애원했다.
잠깐만이라도 생각해봐. ,,, 저기 좀 앉아서.
입 다물어!
아빠가 다시는 아무 말도 안 하실 것 같지는 않아.
나 아빠 깨울래. 정말이야. 오빠는 나의 잠옷깃을 움켜쥐어 비틀었다.
그럼 나도 갈래.
나는 숨이 막혀왔다.
안 돼, 더 성가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저 뒷문 빗장을 벗기고 오빠가 계단을 내려가는 걸 지켜보았다.
새벽 두 시쯤 되었을까.
달도 지고 격자무늬의 그림자가 보풀 같은 희미한 공간 속으로 흐릿해져갔다.
오빠의 하얀 옷자락이 밝아오는 새벽에 놀라 깜박거리며 달아나는 유령 같았다.
실날같은 미풍이 내 옆구리에 흘러내린 땀에 닿아 서늘하게 느껴졌다.
지금쯤은 사슴목장 뒤쪽으로 해서 학교마당을 건너고 있겠지.
지금은 울타리를 돌고 있을 거야.
보나마나 아까 가던 대로 가겠지. 시간은 더 많이 걸릴지도 몰라.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어. 래들리 씨의 엽총소리가 날 때까진 걱정하지 않을래.
그때 나는 뒷울타리가 삐걱대는 소릴 들은 듯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아버지의 기침소리에 나는 다시 숨을 죽였다.
우린 가끔 한밤중 화장실로 순례를 할 때, 책을 읽고 있는 아버지를 보곤 했다.
아빠는 때때로 밤에 일어나서 우리를 한 번 돌아보고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나는 불빛이 켜 있는 복도를 응시하느라 눈이 아팠다.
불이 꺼지고 나는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밤짐승들도 모두 돌아가고 바람에 잘 익은 물수레나무 열매가
지붕 위로 내리굴러서 마치 북을 치는 듯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는 어둠을 더욱 황량하게 했다.
저기 돌아오고 있었다.
오빠의 하얀 셔츠가 뒷울타리 위로 쑥 올라오더니 점점 크게 다가왔다.
계단을 올라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 말없이 바지를 들어보였다.
오빠는 누웠고, 잠시 침대가 움직이곤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