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6. 부 래들리 훔쳐보기 3.
우리는 학교 마당을 가로질러 우리집 뒤에 있는
사슴목장 울타리 아래로 기어들어서는 뒷담을 넘었다.
오빠는 멈춰서서 좀 쉬자고 했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우리 셋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천천히 앞마당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래들리 집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기 가보자, 우리가 안 나타나면 이상하게 여기실 거야.
나단 래들리 씨가 엽총을 들고 문간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머디 아줌마와 스테파니 아줌마 사이에 서 있었고,
라이첼 아줌마는 에이베리 아저씨 가까이에 서 있다.
우리는 머디 아줌마 옆으로 끼여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희들 모두 어디 있었니? 무슨 소리 못 들었니?
무슨 일인데요.
오빠가 물었다.
래들리 씨가 케일밭에 들어온 흑인을 쏘았다는구나.
어머, 그를 맞췄나요?
아니.
스테파니 아줌마가 대답했다.
공포만을 쐈다는구나. 놀라서 질겁을 했을 거야.
이 근처에 하얀 흑인이 지나가면 바로 그 사람인 줄 알아라.
그리고 또 소리가 나면 이번엔 총부리를 그렇게 높이 올리진 않을 거다.
개건 흑인이건, 또는 ,,, 젬 핀치!
네?
그때 아버지가 물었다.
네 바지는 어디다 뒀지?
바지요?
그래, 바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사람들 앞에 속바지 바람으로 나타났으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 그건요, 핀치 아저씨.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는 딜의 음모를 보았다.
눈이 더 커지고 통통한 얼굴은 더 동그래졌다.
그래 뭐지, 딜?
저, 제가 따먹었어요.
그는 모호하게 대답했다.
땄다구, 어떻게?
딜은 뒷머리를 한 번 만지곤 다시 이마를 더듬었다.
저 고기연못에서 스트립 포커를 했거든요.
오빠와 나는 한숨을 놓았다.
이웃들도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다시 모두 굳어졌다.
스트립 포커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그걸 밝힐 기회 없이 라이첼 아줌마가
불자동차 사이렌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왔다.
두두두, 이 장난꾸러기! 딜 해리스, 내 연못에서 도박을 했다구?
내가 널 발가벗겨놓겠어, 이 꼬마 도령아!
아버지가 갑작스런 곤경에서 딜을 구해주었다.
잠깐, 라이첼, 그런 짓을 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너희들 모두 카드놀이를 했다는 거냐?
오빠는 눈을 딱 감고 딜의 계략을 받아넘겼다.
그게 아니라요. 그냥 시합이었어요.
나는 오빠에 대해 깊이 감탄했다.
시합이 그저 위험스러운 것이라면 카드놀이는 치명적이었던 것이다.
젬, 스카웃, 다시는 포커나, 그 어떤 것도 해서는 안 된다.
딜에게 가서 바지 찾고, 제자리로 가거라.
걱정 마 딜.
오빠는 보도를 터벅터벅 내려오면서 위로했다.
아줌만 널 어쩌지 않으실 거야.
아빠가 잘 얘기하실 거야. 너 정말 기발했어. 잠깐, 들리니?
우리는 멈춰서서 아버지의 목소릴 들었다.
,,, 심각한 건 아니고 ,,, 아이들도 생각할 ,,, 라이첼.
딜은 안심했다. 하지만 오빠랑 나는 아니었다.
아침이 오면 바지를 보여야만 했으니까.
내 것을 하나 줄게.
딜이 계단 앞에서 말했다.
오빠는 고맙지만 소용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누고 딜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다시 뛰어 나오더니 오빠가 보는 앞에서 내 뺨에 키스했다.
그는 나와의 결혼약속을 기억했음이 분명했다.
편지해, 알았지?
그가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