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韓國文學感想]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7.

好學 2012. 2. 24. 20:01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7.

 

    지은이:이주향
    출판사:명진출판

 

  제1부    길들지 않은 사랑은 힘이 세다

 

6.  킹카가 결혼하지 못한 이유
 

잘 나가는 광고 회사의 카피라이터인 건희는 29살에 모처럼 마음에 맞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33살의 샐러리맨이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장남이었지만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올해 환갑인 그의 어머니는 명문대학을 나온 예의바른 여자였고

강남에 빌딩만도 두 채가 되는 알부자였기 때문이다.

시동생이 될지도 모를 남동생이 하나 있지만 그도 잘나가는 레지던트였다.
 

게다가 당사자도 부족할 게 없다..

180센티의 키에 명문대학을 나와 모 재벌 회사에서 야심차게 근무하고 있는 그 남자는

영어 잘하고 매너 있고 돈도 쓸 줄 아는 노총각 킹카였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꽃을 안겨줄 줄도 알고
장 자크 아노나 팀 로빈스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그 남자를 보고

건희는 왜 이 남자가 여태 총각일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물론 건희가 마련한 답은 ‘눈이 높아서’였다.

점차 건희는 늦게 찾아온 자기의 행운에 취했다.

그런데 건희는 어느 날 그 킹카가 왜 결혼하지 못했는지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누가 내 잘난 아들을...
둘 사이에 결혼 약속이 오가고 만난 지 6개월이 지난 후 건희는 킹카의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너무나 예의바른 탓에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는 재주를 가진 여자였다.

배운 냄새를 풀풀 풍기는 그의 어머니는

며느리가 될지도 모를 여자에게도 깍듯이 존대말을 했다.

물론 그 예의바름이 촌부의 촌스러움보다도 더 거북스러웠음은 쉽게 짐작이 된다.

건희는 찬찬히 뜯어보는 킹카 어머니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위해서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그의 어머니가 물어 보는대로 똑똑히 대답했다.

사실, 아버지가 대기업 이사이고 명문 대학을 나왔으며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인 건희는

꿀릴 것이 없다고 자신 있어 했다.

그런데 대답을 하면서도 건희는 이상했다.

도대체 킹카가 다 알고 있는 정보를 그의 어머니가 다시 물어 보고 있다는 것이

 건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이런 저런 애기를 적당히 미소를 섞어서

지능적으로 물어 보던 그의 어머니는 건희에게 물었다.
  “몇 살이지요?”
  “예, 스물아홉입니다.”
  “아, 그래요,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데....”
 

건희는 그 자리에서 결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은

그의 어머니와 애매하게 웃으면서 헤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그의 어머니가 건희와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킹카는 평소에 어머니와 심각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너무 세속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를 존중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까 건희는 그이 다섯번째 여자였다.

대학 다닐 때 사귀던 첫번째 여자는 은행원이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고졸이라고 반대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와서 만난 두번째 여자는 직장 동료였다.
어머니는 그녀의 키가 작아서 고목나무에 매미 붙어다니는 꼴은 못본다고 반대했다.
 

세번째 여자는 키가 작지 않은 중학교 교사였다.

어머니는 그 여자가 직장이 없는 아버지 밑에서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가난한 집의 딸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다보니 28살이 됐고 그도 지쳤다.

그저 일에만 푹 빠져 지냈다.
30살이 되자 어머니는 큰아들 결혼 걱정을 심하게 했고,

할 수 없이 어머니 친구의 소개로 한 여자를 만났다.

물론 어머니 기준에 다 갖춰진 여자였다.

그도 대충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는 그 여자가 성형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극구 반대했다.

물론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 다음부터는 일체 소개를 받지 않았다.

그는 마마보이는 아니었다.
 

킹카의 집안 사정을 아는 친구 부인의 억척스런 권유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머니 생전에는 여자를 소개받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러다 만난 건희가 그는 마음에 들었다. 

그가 볼 때 건희는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진 여자라서

어머니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건희를 만나기로 한 날 아침에 어머니에게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고

어머니에게 거의 통보 형식으로 얘기한 것도

말이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코 말이 통하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건희에 대한 세속적 자신감의 표시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키가 작지도 않고 선이 고우면서도 얼굴에 칼을 댄 적이 없을 뿐더러

전형적인 중산층의 딸인 건희를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이다.

킹카는 자기 나이 많은 것을 생각해서 건희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때문에

어머니의 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그 남자는 어머니의 뜻대로 움직이는 마마보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중요한 사건마다 어머니가 개입하여

그 남자의 선택이 존중되지 않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그 어머니가 가진 재산 때문이었다.

킹카는 부자인 어머니  밑에서 돈 쓰는 데는 구애받지 않고 살았다.

그가 가지고 다니는 좋은 차, 친구들이나 여자들과의 만남에서

결코 초라하게 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어머니 덕이었다.

어머니의 돈에 길들여진 아들은 돈의 위력을 알고 있었고

어머니를 배반했을 경우 찾아들게 될 가난이 두려웠다.

그 점에서 그는 현실적이었고

어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들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이 며느릿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할 경우

한푼도 주지 않고 내보낸다고 조용히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경우가 달랐다. 건희가 가난하지 않았다.

이미 킹카네 집에서 반대한다는 것이 알려진 직후라

건희네 집에서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저축이 꽤 되는 건희는 작은 전세 아파트를 얻어서

소박하게 시작하자고 킹카에게 건의했다.

킹카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건희가 돈에 맞는 아파트를 보러 다닐 즈음 상황이 달라졌다.

막판에 그의 어머니가 결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니가 하는 결혼이나 니 마음대로 해라.
그러나 내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니가 마누라를 얻는 거지 내가 며느리를 보는 게 아니지 않니?

이것으로 우리의 관계도 청산해야겠으니까 상속도 절대 기대하지 마라.
두 달을 끌다가 건희는 스스로 선택하는 결혼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그 허울 좋은 킹카와 헤어졌다.
 

킹카는 마마보이라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부를 포기할 수 없어 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피했다.

이 경우 어머니의 부는 그 아들과 어머니 관계의 아킬레스건이다.

그건 그들 관계의 현실적 힘이다.

명분이 있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기 위해 명분을 찾는 사람과의 명분 싸움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 경우 아킬레스건에 칼을 대야지

아킬레스건을 놔두고는 언제나 동일한 사태만이 반복된다.

어머니의 부에 관심이 있는 아들은 계속 사랑의 승자를 늘여갈 것이고

아무리 숫자가 늘어도 동일한 사태를 반복할 뿐

그런 불행한 결말을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부를 포기해야만 자기의 사랑에 상처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어머니의 부를 포기해야만

어머니와의 정상적인 관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