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世界文學感想]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3

好學 2012. 2. 22. 20:34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3   


세월은 흘러갔다.
어니스트도 이제는 소년이 아니다. 그는 젊은이가 되었다.
그는 그 골짜기에서 사는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일상 생활에는 유달리 뚜렷한 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도 하루의 일을 마치고 혼자 떨어져서,
그 큰 바위 얼굴을 쳐자보며 명상을 하는 점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는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부지런하고 친절하며, 사람이 좋고,
자기가 할 일은 어김없이 하였으므로,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그 큰 바위 얼굴이 그의 선생님이라는 것과,
큰 바위 얼굴에 나타난 높은 감정이,
이 젊은이의 가슴을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더 넓고 깊고 인정미가 가득 차게 만든다는 것은 몰랐다.

그들은 그 큰 바위 얼굴이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지혜를 주며,
또 그것을 쳐다봄으로써 다른 사람의 추행을 보고 경계를 하여,
현재의 생활보다 더 나은 생활이 앞으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몰랐다.
어니스트도 들 가운데에서, 또는 화롯가에서,
그리고 그가 혼자 깊이 생각하는 어느 곳에서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상적 감정이,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더 품격이 높은 것임을 몰랐다.

그의 어머니께서 처음으로 오랜 예언을 일러 주시던 때와 다름없이 순박한 그는,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 얼굴을 쳐다보며, 그것과 똑같이 생긴,
산 얼굴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을 아직도 이상스럽게 생각하였다.
이러는 동안에, 개더골드는 누런 살갗으로 덮인 산 해골만이 그에게 남더라는 것이었다.
그의 황금이 녹아 스러지면서부터 누구나 다 인정하는 것은,
이 거덜난 상인의 천한 생김새와 산 위에 있는 장엄한 얼굴 사이에는
서롤 닮은 점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생존 중에 벌써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부쩍 줄었고,
죽은 뒤에는 까맣게 그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 골짜기의 태생으로 여러 해 전에 군대에 들어가 수없는 격전을 겪고 난 끝에,
이제 와서는 저명한 장군이 된 사람이 있었다.
본명은 무엇인지 잘 모르나, 병영이나 전쟁터에서는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백전의 용사도 이제는 노령과 상처로 몸이 허약해지고,
소란한 군대 생활과 오랫동안 귓속에 울려 오던 북 소리며 나팔 소리에 그만 싫증이 나서,
고향에 돌아가 안식을 얻어 보려는 희망을 발표하였다.
그러기 때문에, 골짜기의 흥분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 장군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기 위하여,
전에는 몇 해를 두고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던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큰 잔치가 벌어지는 날,
어니스트는 골짜기 사람들과 함께 일자리를 떠나,
숲 속의 향연이 마련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니스트는 발돋움을 하여, 이 저명한 큰 손님을 먼빛으로라도 보려 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축사와 연설과,
장군의 입에서 흘러 나올 답사를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이 식탁 주위에 몰려들고,
따라온 군대는 호위병의 직책을 다하느라고 총검으로 사람들을 무지하게 밀었다.

성품이 원래 겸손한 어니스트는 뒤로 밀려,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큰 바위 얼굴이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성실해 보이고, 오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친구를 대하듯
다정히 그를 마주 보고 미소를 띠는 것이었다.

이 때, 이 영웅의 용모와
멀리 산허리 위에 있는 얼굴과를 비교해 보는 여러 사람들의 말이 들렸다.
“판에 박은 듯한 똑같은 얼굴이다!”
한 사람이 기뻐 날뛰면서 말하였다.
“영락없이 같구나! 바로 그 얼굴이야!”
또 다른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
“닮다마다! 저건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가 바로 커다란 체경 속에 비쳐 있는 것 같은걸.”
하고 셋째 사람이 외쳤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장군이야말로 고금을 통하여 가장 위대한 인물이거든.”

그러고는 이 세 사람이 함께 높이 소리쳤다.
그것이 군중에게 전파처럼 퍼져서 수천의 입으로부터 큰 고함 소리를 일으키고,
그 고함 소리는 산중 수 마일을 울려 펴져 나가서,
큰 바위 얼굴이 천둥 같은 숨결로 고함 지른 것이나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
“장군이다! 장군이다!”
마침내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쉬, 조용히! 장군이 연설을 하신다.”

그 말대로, 식사가 끝나고, 박수 갈채 속에 그의 건강을 위한 축배가 올려진 뒤를 이어,
장군은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일어섰다.
어니스트는 그를 보았다.
그의 머리위에는 월계수 얽힌 푸른 나뭇가지가 아치를 이루고,
깃발은 그의 이마에 그늘을 지어 주듯 축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또, 숲이 트인 곳으로 큰 바위 얼굴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이들 사이에는 사람들이 증언한 바와 같이 유사함이 정말로 있었던 것일까?
어니스트는 그러한 점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그는 수없는 격전과 갖은 풍상에 찌든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정력이 넘쳐 흐로고, 철석과 같은 의지가 나타나 있었다.
그러나 선량한 지혜와 깊고 넓고 다사로운 자비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큰 바위 얼굴은 준엄한 표정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편에는 분명히 더 온화한 빛이 있어서 그 표정을 눅이고 있었다.

“예언의 인물이 아니다.”
어니스트는 군중 사이를 빠져 나가면서, 홀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