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世界文學感想]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5

好學 2012. 2. 22. 20:36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5   


세월은 꼬리를 이어 덧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어니스트의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이마에는 점잖은 주름살이 잡히고, 양쪽 뺨에는 고랑이 생겼다.
그는 정말 늙은이가 되었다.
그러나 헛되이 나이만 먹은 것은 아니었다.
머리 위의 백발보다 더 많은 현명한 생각이 머릿속에 깃들여 있고,
이마와 뺨의 주름살에는 인생 행로에서 시련을 받은 슬기가 간직되어 있는 것이었다.
어니스트는 이미 무명한 존재는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쫓아 다니는 명예가 찾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그를 찾아오고야 말았고,
그의 이름은 그가 살고 있는 산골을 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어니스트가 이와 같이 늙어 가고 있을 무렵에,
인자하신 하느님의 섭리고 새로운 시인 한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그도 역시 이 골짜기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꿈같이 그 고장을 멀리 떠나,
일생의 태반을 도시의 잡음 속에서 아름다운 음률을 쏟아 놓고 있었다.
또 그는, 큰바위 얼굴의 웅대한 입으로 읊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장엄한 송가로 그 바위를 찬양한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이 천재는 훌륭한 재능을 몸에 지니고
하늘로부터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가 산을 읊으면, 모든 사람들은 한층 더 장엄함이
그 산허리에, 또는 그 산꼭대기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아름다운 호수를 노래 부르면,
하늘은 미소를 던져, 그 호수 위를 영원히 비추려 하였다.
망망한 바다를 읊으면 그 깊고 넓고 무서운 가슴이
그의 정서에 감격하여 약동하는 듯이 보였다.
이 시인의 행복된 눈으로 세상의 축복하매,
온 세상은 과거와는 다른, 더 훌륭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조물주는 자기가 손수 창조한 세계에
마지막으로 가한 최상의 솜씨로써 그를 내려보냈던 것이었다.

그 시인이 와서 해석을 하고 조물주의 창조를 완성시킬 때까지는
천지 창조는 완성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시인의 시가는 마침내 어니스트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는 늘 노동이 끝난 뒤에, 자기 집 문 앞에 높인 긴 의자에 앉아서, 그 시가들을 읽었다.
그 자리는 오랫동안 그가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며 사색에 잠기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의 영혼에 강력한 충격을 주는 그 시가들을 읽고서,
그는 눈을 들어 인자하게 자기를 보고 있는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 장엄한 벗이여!”
그는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 사람이야말로 그대를 닮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 얼굴은 미소하는 것 같았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편, 이 시인은 그가 그렇게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어니스트의 소문을 들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인격에 대하여 사모하는 나머지,
배우지 아니한 지혜와 그의 생활이 고아한 순수성이 일치되고 있는
이 사람을 몹시도 만나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어느 여름 아침에 기차를 타고,
며칠 후 어니스트의 집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서 내렸다.
전에 개더골드의 저택이었던 호텔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
그는 손가방을 든 채 어니스트의 집에 찾아가서, 거기서 일박을 청하려고 생각하였다.
문 앞에 가까이 가서, 점잖은 노인이 책을 한 손에 들고 읽다가는
그 책갈피에 손가락을 끼운 채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고
또 책을 들여다보고 하는 것을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나그네올시다. 하룻밤 머물러 갈 수 있겠습니까?”
하고, 그 시인은 말을 건넸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하고, 그는 웃으면서,
“저 큰 바위 얼굴이 저렇게 다정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을 본 일이 없는데요.”
하고 말하였다.
시인은 어니스트 옆에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하였다.
시인은 전에도 가장 재치 있고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해 본 일이 있었으나,
어니스트와 같이 자유 자재하게 사상과 감정이 우러나오고,
소박한 말솜씨로서 위대한 진리를 매우 알기 쉽게 말하는 사람을 대하여 본 일이 없었다.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어니스트에게는
그 큰 바위 얼굴이 몸을 앞으로 내밀고 귀를 기울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열심히 시인의 광채 있는 눈을 들여다보았다.

“손님께서는 비범한 재주를 가지셨으니, 대체 뉘십니까?”
하고 어니스트는 물었다.
시인은 어니스트가 읽고 있던 책을 가리키며,
“당신께서는 이 책을 읽으셨지요?
그러면, 저를 아실 것입니다. 제가 바로 이 책을 지은 사람입니다.”
하고 그는 대답하였다.
어니스트는 다시 한 번 전보다 더 열심히, 그 시인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그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손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머리를 내흔들며 한숨을 내뿜는다.
“왜 슬퍼하십니까?”
하고 시인은 물어 보았다.
“저는 일생동안, 예언이 실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시를 읽을 적에, 이 시를 쓴 분이야말로
그 예언을 실현시켜 줄 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고 그는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