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인천]역사이야기

달동네 박물관

好學 2011. 9. 9. 22:23

달동네 박물관

 

  • 송현동은 대표적인 한국인 삶터
    ‘보통사람들의 역사’를 조명해야
    • 역사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시대와 장소와 보는 눈에 따라 선택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가 배운 역사는 왕과 그의 신하들이 행한 치적과

      제도의 변천, 문물의 발달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백성들은

      국외자였다. 역사 성립 요건의 하나인 '기록'과 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반성이 오늘 세계에 두루 일고 있다. '파라오' 발굴이

      고고학의 주 대상이었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보통 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더미에서 역사를 찾아내려는 '쓰레기 고고학'이라는 학문 분야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는 역사의 실질적 주체가 '보통사람'이라는 진보된

      인식의 결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인천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항 직후 폭증한 인구의 유입 과정과 그들의 정착 실태에

      관한 '기록'을 천착하는 것도 생생한 지역사 현장을 찾아가는 작업일

      터이다. 인가가 띄엄띄엄 있던 작은 어촌 제물포가 1924년경에 이르면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기타 외국인 등 총 4만1012명이 모여 사는

      식민적 이국 도시로 급격하게 변모하게 되는데 이 때의 여러 사회상은

      주목의 대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실상은 주요 관심사이다. 당시 한국인은

      탁포(坼浦=터진개), 답동, 용동, 화개동 등지에서 살았다. 그러나

      일본인이 증가하자 전환국(옛 인천 여고자리)과 화평리 방면으로

      밀려났다. 일본인에게는 상권을 박탈당하고, 중국인에게는 노동권을 잃은

      처지가 돼 마침내 지금의 송현동, 송림동 등 신설 부락으로 찾아들었던

      것이다. 울퉁불퉁한 산비탈, ‘게딱지’같은 초가들은 1960년대까지

      인천의 대표적인 빈민촌으로 남았었으나, 현재는 대단위 아파트 촌이

      세워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곳 송현동 '수도국산' 일대에 살았던 주민들은 새로운

      삶을 찾아 낯선 땅 인천으로 이주해 왔던 개척자적 선대들의 자랑스런

      후예였던 것이다. 바로 그 자리에 인천시 동구청이 가칭

      '달동네박물관'을 개관하리라는 것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단순한 호사 취미에서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삶의

      편린들'이 한국 근·현대 생활사 자료로서 이 박물관에 정겨운 모습으로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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