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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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에 남길 자료를 넣어 지하 등에 묻어 두는 용기(容器)를
'타임캡슐'이라고 한다. 수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백제 무령왕릉이나 신라 금관총도 일종의 '타임캡슐'인 셈이다.
세계 최초의 '타임캡슐'을 만든 것은 건국 200년도 채 안 되었던
미국이었다. 1939년 뉴욕만국박람회'에는 고속도로가 뚫린 미래의 도시
모형, 기적의 섬유 나일론으로 만든 스타킹, 로봇을 이용한 가전(家電)
제품 등이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웨스팅 하우스'사가 제작한 타임캡슐을 지하 150m에 묻는
행사였다. 길이 2.3m, 굵기 15cm의 어뢰형 캡슐 속에는 성경, 달러,
미키마우스 모자, 통신 판매 카탈로그, 백과사전, 신문 마이크로 필름,
뉴스 영화 등이 담겨졌는데, 5,000년 후인 서기 6939년에 개봉하기로
했다.
인천 최초의 타임캡슐은 [2000년] 작년 2월에 만들어졌다. 개교 105주년, 졸업
100주년을 맞은 인천고등학교가 그를 기념해 제작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졸업 앨범, 교과서, 교복, 연필, 학교 식당 식권,
만화책, 핸드 폰 등 오늘날의 학교 문화를 보여주는 물건들을 50년 뒤인
2051년에 개봉하자는 약속과 함께 교정에 묻었다. 지난 23일에는
인천광역시도 시청 광장에 '타임캡슐'을 묻었다. 직경 8cm, 높이 15cm,
부피 500cc의 투명 유리병에 시민 3,000명이 평소 아끼던 편지, 사진,
선물들을 담아 묻었다. 10년 뒤인 2012년 10월15일 '시민의 날'에
개봉한다고 한다.
타임캡슐은 과거를 회고하는 '축제용'만은 아닌 것 같다. 그에 각별한
뜻을 매기는 것은 우리 삶의 모습을 후세에 고스란히 전하려는 노력의 한
방편이라는 점과 그 개봉의 순간에 우리는 이미 까마득한 시간의
징검다리 저 편에 서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생전에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스스로가 사후의 세계에 묻는 숙연한 행사이며, 타산치 아니하고
천년 '침향'(沈香)을 땅에 묻었던 선조들의 자애로운 역사 의식과도 통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1000년 뒤 인천의 후손'들에게 남겨 줄 '타임캡슐'을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대대로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가 바로 이 곳
인천 땅이란 의식 아래 후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자산으로 무엇을 남겨
줄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타임캡슐'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오늘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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