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료테이(料亭) 정치’

好學 2011. 7. 23. 22:50

[만물상] ‘료테이(料亭) 정치’

 

 

 

도쿄 긴자(銀座)에 있는 료테이(料亭·요정) ‘가네타나카(金田中)’는 자민당 거물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모리 요시히로 전 총리 같은 단골은 재임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렀다고 한다. 총리 취임 후 9개월간 180차례나 요정 회식과 파티에 참석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2001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파벌 보스들이 모여 고이즈미를 총리로 밀기로 했던 곳도 이 집이다.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와 함께 형제 총리로 이름을 날린 기시 노부스케는 오랫동안 단골로 다니던 요정 마담이 죽자 장례식 행렬에서 그 마담의 영정을 들었던 일로 유명하다. 꽤 오래 전엔 ‘나는 다나카 가쿠에이의 애인이었다’는 책이 출간됐다. 다나카 전 총리의 단골 요정에서 그를 자주 접대했던 여인이 다나카와의 내밀한 사연을 쓴 것이다. 그때는 여론도 언론도 ‘총리의 여자’를 문제삼지 않고 ‘배꼽 밑 문제’라며 넘어갔다.

▶일본의 보통 남자들은 최고 기생들이 모인다는 교토 유흥가 기온에 가서 술 한번 마셔 보는 게 ‘꿈’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돈이 보통 드는 게 아니다. 저녁 한번 먹으려면 한 사람에 7만~8만엔씩 든다. 손님 넷에 기생 둘이면 적어도 30만엔은 가져야 한다. 전통현악기 사미센(三味線) 연주에 맞춘 기생들의 춤까지 구경하려면 10분에 11만엔씩을 따로 치러야 한다.

▶요정은 17세기 에도(江戶)시대 지방 영주들이 측근을 시켜 경영했던 고급 음식점에서 유래했다. 지금의 도쿄인 에도에 몇 달씩 머물러야 했던 영주들이 정치 정보도 모으고 체류비용도 대는 창구였다. 1970년대 후반 요정은 아카사카와 긴자를 중심으로 도쿄에만 500개가 넘었다.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지금은 40여 개로 줄었다.

▶거물 정치인들이 자주 찾아 ‘밤의 국회’로 불렸던 아카사카의 간판 요정 ‘긴류’(金龍)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때 고이즈미도 자주 드나들었다는 집이다. 요정 정치가 사라지는 것은 파벌정치 몰락과도 관계가 깊다. 요정 청구서는 으레 파벌 보스의 사무실로 보내지곤 했다.

밀실에서 권력과 돈을 나누던 파벌정치가 고이즈미 정권 등장과 함께 철퇴를 맞으면서 청구서 결제 여력도 사라졌다. 이권단체와 정치자금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탓이다. 요정에서 탄생한 고이즈미 정권이 요정의 수명을 재촉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