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말글 마당] 껍질과 껍데기

好學 2011. 4. 23. 21:38

[말글 마당] 껍질과 껍데기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 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지 않네…."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혹서(酷暑)를 피해 산과 들, 바다로 떠나는 여행은 재충전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위의 노래는 30ㆍ40세대 이상 사람들에게 한여름 밤의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윤형주의 `라라라` 첫머리 가사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동방신기`나 `소녀시대` 같은 아이들 그룹이 `아이돌(idolㆍ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우상)이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같은 이들이 당시의 아이돌이었다.

조개 껍질은 `조개 껍데기`가 맞는 표기법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하고,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딱딱한 물질(각ㆍ殼)`이라고 적시돼 있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 껍데기에 많이 포함된 콜라겐이 뼈 생성과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발표해 한동안 마포 돼지갈비 가게들이 어린이와 젊은 여성들로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돼지 껍데기는 `돼지 껍질`이 맞는 표기법이다. 이처럼 껍질과 껍데기는 비슷하면서도 구별해 써야 하는 말이다. 귤이나 바나나 등은 껍질이고, 소라나 게 등은 껍데기가 맞다.

하지만 의문점은 있다. 껍데기의 또 다른 사전 풀이인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에 따르면 돼지의 살과 내장 등을 다 발라내고 남은 것은 바로 돼지 껍데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길게 뻗어 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일컫는 `넝쿨`과 `덩굴`을 복수 표준어로 한 것처럼 껍질과 껍데기도 시간이 흘러 언중들이 구별없이 사용하게 되면 또 따른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 화투칠 때 끗수 없는 패짝인 흙싸리 피는 껍질일까, 껍데길까. 정답은 껍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