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말글마당] 동네 오자순시(誤字巡視)

好學 2011. 4. 23. 21:37

[말글마당] 동네 오자순시(誤字巡視)

 

 

"좌로 번호." "하나 둘…여덟 번호 끝." "뒤로 번호." "하나 둘…아홉 번호 끝, 5명 결." "팔구 칩십이 마이너스 오(8×9-5) 총 육십칠 개, 오케이."

중대 선임하사는 인원을 파악할 때 몇 개로 지칭하는 버릇이 있었다. 군부독재시절, 사회와 단절된 부대 안에서 이 정도 언어폭력은 예삿일이었지만 만물의 영장을 개수(個數)로 세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어울리지 않는 국어 표현법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할머니가 하는 야채가게 유리문에는 `안으로 드러 오새요`라고 종이에 적힌 글이 몇 년째 붙어 있다.

`안주 일절`이라고 적힌 대폿집 간판. 일절(一切)은 `~ 금하다` `~ 끊다` 쓰임새처럼 부인하거나 금하는 말과 어울려 `도무지` `전혀`라는 의미를 갖는 부사다. 따라서 같은 한자꼴로 적는다면 `온갖 것`을 의미하는 `일체(一切)`로 쓰는 것이 맞다.

방앗간에는 `국산 태양초로만 빻은 것`이라고 적혀 있다. `빻다`는`~를 ~로 빻다`와 같이 목적어와 도구를 나타내는 부사어를 취하는 동사다. 태양초는 도구가 아니므로 `태양초만을`로 고쳐야 한다.

`약사에게 상의하세요`라고 적힌 글도 눈에 띈다. `상의하다`는 `~와 ~에 대해 상의하다`로 쓰인다. `약사에게 문의하세요`가 좋겠다.

`등산객들에 주의 당부…`라는 안내문도 보인다. 여격조사를 쓸 때 사람이나 동물 같은 유정명사 뒤에는 `에게`, 식물이나 무생물 같은 무정명사 뒤에는 `에`로 구분해야 하므로 `등산객에게`가 적확하다.

맛에서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는 고깃집 전단지 문구. `천만의 말씀`처럼 관형격조사 `의`는 `에`로 발음하더라도 의미를 기준으로 판단해 사용해야 하므로 `타의 추종`이 옳다.

참! 그때 그 시절, 대열 뒤쪽에서 "그래, 이 ×××아! 니까지 합쳐 육십팔 개다"는 고참병들의 아주 작지만 울분에 찬 중얼거림을 자주 들은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