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마당] 비행기 값과 삯
우리말에는 생김새나 뜻,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은데 어떤 상황에 어떤 어휘를 사용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식당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서 얼마나 곤욕스러웠는지…."
이 문장에서처럼 우리는 곧잘 `곤욕`과 `곤혹`을 혼동하곤 한다. `곤욕`은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의미하며 `곤혹`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는 `곤혹`이라고 쓰는 게 맞다. 음식 값을 치를 돈이 없어서 `모욕을 당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혹스러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서로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승강이`라 하고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을 `실랑이`라 한다. 두 말이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지만 `시비 또는 싸움질` 느낌이 들면 `승강이`로, `남을 못살게 구는 짓`은 `실랑이`로 표현하면 되겠다.
"올여름에는 제주도로 휴가를 가려는데 요즘 비행기 값이 얼마야?"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 또는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을 `값`이라 하고 `일한 데 대한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 또는 어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용하고 주는 돈`을 `삯`이라 한다.
예문에서처럼 `비행기 값`이라 하면 비행기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비행기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는 비용이라면 `비행기 삯`이라 해야겠다. 비슷한 사례로 `전기세` `상ㆍ하수도세`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전기와 상ㆍ하수도를 이용한 비용이므로 `전기요금` `상ㆍ하수도요금`이라 해야 한다.
이 밖에 `때문`과 `탓`도 혼동해 사용하는 일이 많다. `때문`은 `어떤 일이 일어난 원인이나 까닭`을 뜻하는데,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일 때는 `탓`을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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