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eca De vita beata 행복론 제 23장 7.
우리는 친구가 여행으로 그의 집에 있지 않다고 해서
애도의 뜻을 표하러 찾아가지 않는다.
죽음도 여행을 떠나 집을 비운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애도의 정을 표해야 하는가?
물론 친구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하나의 축복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축복이 남아 있다.
다만 하나의 비애 때문에 이 많은 축복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다.
친구가 “ 있다” 는 위안은 느낄 수 없겠지만,
친구가 “있었다”는 위안은 부정할 수 없다.
과일에는 단맛이 있고 술에는 쓴맛이 있어 우리는 그것을 즐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구를 추억하는 데도
하나의 조미료를 쳐서 그리움을 돋우어야 한다.
즉 친구를 잃은 비애는 역시 그 덕성을 회고하고 명상함으로써
하나의 조미료가 되어 단맛을 더하게 된다.
친구와의 사별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가 갖고 있던 것을
잃어 버린 격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 잃어버린 것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지 친구가 없어졌다는 한가지 사실에만 치우쳐
일찌기 자기에게는 이런 친구가 있었다는 점을 미처 생각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로 신의 뜻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친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친구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친구와 얼마동안 어울릴 수 있는지 분명치 않은 것이다.
나는 전도유망한 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자식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가
그것이 수포로 돌아간 부모가 얼마나 많은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긴 자가 다시 친구를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이경우에도 일찍이 친구다운 친구를 한 사람 갖고 있었다는 기쁨을,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 이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우리는 친구와 함께 우정까지 매장해야 할까?
인간은 너무나 앞날에 대해서만 큰 기대를 갖고,
마치 미래는 좀처럼 과거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쉽사리 감사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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