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

好學 2010. 10. 9. 21:17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   
    휴가중에 나는 몇 해 전 데미안이 그의 어머니와 살고 있었던 집에 가보았다. 
    한 늙은 부인이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부인에게 말을 건네고,
    이야기 중에 이 집이 지금은 그 부인의 소유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데미안의 가족 소식을 물어보았다. 
    그 부인은 그들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몰랐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자 
    그 부인은 나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가죽 표지를 한 앨범 한 권을 찾아와
     데미안의 어머니의 사진을 한 장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데미안의 어머니를 거의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 조그마한 사진을 들여다보며 
    나는 심장의 고동이 정지한 듯한 충격을 느꼈댜.
     -그것은 내 꿈의 모습이었다! 
    내 꿈의 얼굴이 바로 그 여자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자기 아들을 닮은, 모성적인 표정과 엄격함과 깊은 정열을 지닌 
    바로 그 키가 크고 거의 남자와 같은 느낌을 주는 여자의 모습,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친근하고도 접근하기 힘든, 
    데몬인 동시에 어머니이며 운명인 동시에 애인인 바로 그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바로 이 여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의 꿈의 모습이 이 지상에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되자 격렬한 기적을 본 것 같은 충격이 나를 스쳐갔다! 
    저런 얼굴의 여자가, 
    내 운명의 표정을 지닌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더욱이 그 여자는 데미안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 후 나는 곧 여행을 떠났다. 
    이상야릇한 여행이었다! 
    나는 마음내키는 대로 끊임없이 
    이 여자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 여자를 생각나게 하고 이 여자를 연상하게 만들고 이 여자를 닮은, 
    마치 뒤엉킨 꿈속에서처럼 
    나를 낯선 도시의 골목길로,정거장으로, 
    열차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만을 만나는 그런 날이 있었다. 
    또한 나의 찾아 헤맴이 얼마나 소용없는 일인지를 
    느끼게 하는 그런 날도 있었다. 
    그럴때면 나는 어느 공원이나, 호텔의 정원이나, 
    역의 대합실에서 망연하게 앉아 있곤 했으며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모습을 나의 내부에서 소생시키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그것도 부끄럽고 무상한 짓이 되어버렸다. 
    나는 한 번도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다만 낯선 곳을 달리는 기차 속에서 
    십여 분쯤 눈을 붙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취리히에선가는 한 여자가 나를 따라온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예뻤지만 약간은 철면피한 여자였다. 
    나는 그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 여자가 마치 공기인 것처럼 아무런 느낌 없이 걸어갔다. 
    다른 여자에게 한 시간 동안이라도 관심을 보내느니 
    차라리 당장 죽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나의 운명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실현될 날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앞당길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초조감으로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한 번은 어느 정거장에서, 인스부르크라고 생각되는데, 
    막 떠나는 기차의 창가에서 그 여자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고는 
    며칠 동안을 비참함에 빠져 있었다. 
    그러더니 불현듯 그 모습이 다시 꿈속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추적의 무의미함을 깨닫고는 
    창피스럽고 처량한 심정이 되어 곧장 집으로 되돌아왔다. 
    이삼 주일 후 나는 H대학에 입학했다. 
    만사가 다 나를 실망시켰다. 
    내가 수강한 철학사에 대한 강의는 
    공부하는 학생들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허무하고 기계적이었다. 
    모든 것은 너무나도 판에 박은 듯이 일정했고, 
    서로들 똑같이 행동하고 소년티를 못벗은 얼굴에 나타나는 
    과장된 쾌활성은 너무나 암담하게 공허하여 구입한 완제품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왔다. 
    온종일을 나를 위해서 바치면서 교외의 낡은 집에서 조용하고 안락하게 지냈다. 
    내 책상 위에는 두서너 권의 니체가 놓여 있었다. 
    그와 더불어 살고,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끼며 
    그를 그토록 쉴새없이 몰아댄 숙명을 느끼며 그와 더불어 괴로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차없이 
    자기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