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세계文學名作]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8 장 종말의 발단 1.

好學 2010. 11. 12. 22:43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 8 장 종말의 발단 1.  
    여름 학기 동안에도 H시에 머무르고 싶다는 나의 뜻은 관철되었다. 
    집 안에 있는 대신 우리는 거의 언제나 시냇가에 있는 정원에 나와 있었다. 
    씨름에 완전히 진 일본인은 가버렸고 톨스토이 신봉자도 오지 않게 되었다. 
    데미안은 말이 한 필 있었는데, 매일같이 꾸준히 그것을 탔다. 
    나는 종종 그의 어머니와 단둘이 있었다. 
    때때로 나는 이러한 내 생활의 평화스러움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고독하게 지내는 것과 단념하는 것과 
    나의 고로움과 싸우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H시에서 지낸 이 수개월이 내게 있어서는 마치 안락하고 황홀하게, 
    단지 아름답고 유쾌한 사물과 감정 속에서만 살아도 좋은 
    어떤 꿈의 섬에서 보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새롭고 보다 더 높은 공동체의 전조임을 예감했다. 
    그러나 자주 이 행복감에도 깊은 비애가 엄습해왔는데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풍성함과 안락함 속에서 살아가도록 태어나지는 않았던 것이었고 
    내겐 고뇌와 광분이 필요한 것이었다. 
    어느 날이고 나는 이 아름다운 사랑의 영상에서 잠을 깨어, 
    단지 고독이나 싸움만이 있을 뿐 아무런 평화도 공존도 없는 그런 
    다른 사람들의 차가운 세계 속에 다시금 혼자 서 있게 되리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한 뒤부터 나는 아직 나의 운명이 
    아름답고 고요한 풍경 속에 머물러 있음을 기뻐하며 
    갑절의 애정으로 애바 부인의 옆을 떠나지 않았다. 
    여름의 몇 주일은 황급히, 너무도 쉽게 지나 갔다. 
    학기도 벌써 끝나가고 있었다. 
    머지않은 이별이 목전에 다가와 있었지만 나는 이별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그 일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으려들며 
    꿀이 있는 꽃에 나비가 집착하듯이 그렇게 이 아름다운 날들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의 시절이었고, 내 인생의 최초의 충족이었으며 공동체에의 가입이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이 올 것인가? 
    나는 또다시 싸워야 하고, 동경에 괴로와하고, 꿈을 꿀 것이며, 고독해질 것이었다. 
    이러한 날들 중의 어느 날 이러한 예감이 몹시 강렬하게 나를 엄습해왔다. 
    동시에 에바 부인에 대한 나의 사랑이 갑자기 고통스럽게 불타올랐다. 
    가슴이 저려 왔다. 머지않아 나는 그녀를 보지도 못하고, 
    집안을 거니는 그녀의 확고하고도 다정한 발걸음 소리를 듣지도 못하며 
    내 책상 위에서 그녀가 준 꽃을 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얻었던가? 
    그녀를 얻는 대신 그녀를 얻으려 싸우기만 하고, 
    여원히 그녀를 나의 것으로 빼앗는 대신 꿈을 꾸었고, 
    안락에 내 몸을 맡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까지 그녀가 나에게 이야기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온갖 말들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련된 경고의 말들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벼운 유혹, 
    혹은 약속 같은 것들이 불현듯 뇌리에 되살아났다---
    나는 그것들로써 무엇을 이룰 수가 있었던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내 방의 한복판에 서서 나는 내 온 의식을 집중하여 에바 부인을 생각했다. 
    나는 그녀로 하여금 나의 사랑을 느끼게 하고 
    그녀를 나에게 끌어당기기 위해 내 온 영혼의 힘을 집중시키려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로 와야 하며, 나의 포옹을 열망하여야 하며 
    나의 입맞춤이 그녀의 성숙한 사랑의 입술을 탐욕적으로 헤쳐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선 채로 손가락과 발이 차가와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힘이 내게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잠시 동안 무언가 밝고 차가운 것이 나의 내부에 단단하게 응어리졌다. 
    나는 잠깐 동안 가슴 속에 한 개의 수정을 품고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다 
    나는 그것이 나의 자아임을 알았다. 
    냉기가 가슴까지 올라왔다. 
    내가 그 무서운 긴장에서 깨어나자 나는 무엇인가가 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죽을 지경으로 피로했다. 
    그러나 불타오르듯이 황홀하게도 
    에바 부인이 방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때 기다란 거리에 말발굽 소리가 울려왔다. 
    그것은 아주 가까이에서 요란스럽게 들리더니 갑자기 멈췄다. 
    나는 창가로 뛰어갔다. 데미안이 말에서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무슨 일인가, 데미안? 설마 자네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