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말글마당] 만찬 회동을 개최하다

好學 2010. 9. 25. 22:38

 

[말글마당] 만찬 회동을 개최하다

 

 

"당정 고위관계자들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하고 당면한 현안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신문을 읽다 보면 유독 정치인들이나 유력 인사들 모임이나 만남은 온통 `회동`으로 표현되고, 여기에 식사가 곁들여지면 `조찬 회동` `오찬 회동` `만찬 회동`이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회동(會同)`을 찾아보니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물론 아침 식사는 `조찬(朝餐)`, 점심은 `오찬(午餐)`, 저녁은 `만찬(晩餐)`이다.

위의 문장은 "당정 고위관계자들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아침식사 모임을 갖고 현안에(또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라고 쓰면 이해하기 쉽다. `현안`이 바로 `당면한 문제`로 군더더기 표현이다. 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회동이라고 쓰는 것도 잘못이다.

우리 말은 외국어에 비해 예사말과 높임말이 잘 발달돼 있다. 사물을 표현할 때도 때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밥과 진지` `집과 댁` `생일과 생신` `나이와 연세` 등 윗사람을 높이는 표현에는 배려와 존중의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이는 우리말은 낮춰보고 한자말은 높임말로 인정하는 유교적 관습이 배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들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남발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차별성을 낳아 사회적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찬 회동을 개최했다` `만찬을 베풀었다` `금일봉을 하사했다` `노고를 치하했다` 따위의 표현들은 주로 정치인, 정부관료, 기업 임원 등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각하`나 `영부인`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운 한자말을 써야 격이 올라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6ㆍ2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막말과 욕설이 판치는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우리 말이 또 얼마나 봉변을 당할는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