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마당] 보이스피싱과 서울 사투리 |
#1. "○○이 내가 데리고 있는데 일단 아들 목소리 듣고 다시 대화하시죠."
그놈과 나는 졸지에 갑을 관계가 됐다.
"아빠! 나 ○○이야. 살려줘. 어딘지 모르겠구(고). 아저씨가 날 끌구(고) 왔어."
곧 냉정을 되찾았다.
오래전 그만둔 반말과 어린이 말투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들은 적 없는 서울 사투리다.
음산한 그놈의 개소리를 무시하고 수화기를 내려놨다.
#2. 서울내기 성가대 반주자 김양이 열애 중이다. 무시로 속삭이다가 통화를 끝낼 때 상대가 사랑을 확인하면 그녀는 "나두(도)"라고 화답한다.
서울이 표준어의 지역적 바탕일지라도 서울 말 전부가 문법에 따라 정제된 건 아니다. 서울에서는 오늘도 팔도 출신 언중이 뒤섞여 현대 버전 사투리를 생산ㆍ유통ㆍ소비한다.
윤항기의 '난 어떡하라구', 강산에의 '라구요'는 모음부조화형 사투리다. '하구' '하구요' '해두' '~루' '~두'의 표준어는 '하고' '하고요' '해도' ' ~로' '~도'다.
경상도 출신의 '맞습니다. 맞고요'는 표준어법에 따른 것이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송창식 '사랑이야' 첫 소절 '당신은 누구시길래'는 'ㄹ래' 오용 사투리다. 'ㄹ래'는 '나 집에 갈래'처럼 의지를 밝히거나 '~할래'처럼 상대의 뜻을 묻는 종결어미다.
원인을 나타낼 때는 연결 서술격 조사 '기에'를 붙여 '~뭐기에' '~누구시기에'로 해야 한다.
'하냐' '있냐' '가냐' '아냐'와 같은 생략 사투리도 있다. '무엇이냐'처럼 '이다' 어간 뒤나 '아프냐'처럼 모음으로 끝나는 형용사 어간 뒤는 '냐'로, 동사나 형용사 '있다' '없다' 어간 뒤는 '느냐'로 의문형 종결어미를 쓴다고 사전에 풀이돼 있다.
'하느냐' '있느냐' '가느냐' ' 아느냐'가 준법이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아들이다. 짐짓 "왜?" "문자하셨기에." "언제 와?" "친구 만나고 곧 갈게요." "사랑한다." "저도요." 속으로 녀석이 표준어법을 구사하고 아비가 하는 농에도 제법 맞장구친다며 혼자 키득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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