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 나를 찾아서

好學 2010. 9. 25. 21:57

 

[일사일언] 나를 찾아서

 

 

일본 한 일간지의 베테랑 신문기자는 문장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정의했다. “내가 있는 문장”과 “내가 없는 문장”. 그러니까 “나는…라고 생각한다”와 “그것은…이다”라는 두 종류다. 전자는 주어가 있는 주관적 문장이고, 후자는 주어가 없는 객관적 문장이다. ‘나’라는 주어를 쓸 수 없는 보도식 기사문을 쓴다는 것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문장에서 ‘나’를 지운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분류는 비단 문장에만 국한된 분류가 아닌 듯 싶다. 바로 삶 자체가, 내가 있는 삶이냐, 내가 없는 삶이냐, 즉 주체적 자아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 속에서의 끊임없는 고군분투가 아닌가.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생활 속에서도 자아실현이라는 화두는 항상 인생의 골목 골목마다 버티고 서 있다.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좀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다시 공부의 길을 택한 지 10년. 학문이라는 긴 여정에 이제 막 입문하려는 ‘초년생뻘’이지만, 이 연구의 길에도 수많은 갈림길이 존재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창조적 연구인가, 아닌가, 더 정확히는 ‘주체적 연구가 가능한가, 아닌가’라는 기로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고민한다.

때론 주체적 삶의 추구와는 반대로, 주어진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간절해질 때도 있다. 선(禪)학에 대한 독자적 해석으로 구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한 유명 학자는 생애 최고의 로맨스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자아추구의 로맨스’라고 했다. ‘일상이 곧 풍류’가 되어, 평생 쫓겨날 이유가 없는 ‘나만의 뜰’을 과연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강소연·미술사학자 홍익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