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열 번째 행성

好學 2010. 9. 12. 21:39

 

[만물상] 열 번째 행성

 

 

 

미국의 퍼시벌 로웰(1855~1916)은 천문학자이지만 한때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조선’ ‘극동의 정신’ 같은 기행문을 내고 고종(高宗) 사진을 처음 촬영해 한국에 사진술을 소개한 사람이다.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사재(私財)로 천문대를 세운 그는 부지런한 화성인들이 극지방에서 물을 끌어오려고 운하를 건설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해왕성 바깥에 아홉 번째 행성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그것을 ‘행성X’라고 불렀다.

▶로웰이 죽은 뒤 조수로 취직한 클라이드 톰보라는 청년이 1년 동안 밤잠 안 자고 망원경을 들여다본 끝에 1930년 흐릿한 별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이 명왕성(冥王星)이다. 미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행성에 미국은 열광했다. 새 행성의 이름으로 열한 살 소녀 베네시아 버니가 제안한 ‘Pluto’가 채택됐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하의 신, 즉 명부(冥府)의 왕(王)이라는 뜻이다. 퍼시벌 로웰을 기리기 위해 앞 두 글자를 딴 이름이기도 하다.

▶명왕성은 발견 당시엔 떠들썩했으나 막상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태양계의 행성이 아니라 은하의 파편 중 덩어리가 좀 큰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학자들도 상당수다. 공전 궤도가 다른 행성들로부터 17도 가량 삐뚜름하게 벗어나 있고, 앞으로 100년 후엔 어디 있을지 예측도 할 수 없을 만큼 궤적이 불안정하다.

▶그런 상황에서 3년 전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마이클 브라운 교수가 ‘UB313’이라는 새 천체를 발견했다. 오는 8월 국제천문학연맹에서 이를 열 번째 행성으로 공인할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또 한 차례 뒤집어질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새 행성의 이름으로 그리스신화의 여전사 제나(Xena)를 원한다는데 그대로 될지도 관심거리다.

▶태양계를 그릴 때 지구를 팥알 정도 크기로 나타내면 목성은 300m 떨어진 곳에, 명왕성과 UB313은 2.4㎞ 떨어진 곳에 깨알만 하게 그려야 한다. 우리의 태양은 은하의 중심에서 3만 광년(초속 30만㎞로 3만 년을 가야 하는 거리) 떨어져 돌고 있는 작은 별일 뿐이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4000억 개가 있고 우주에는 다시 이런 은하가 1400억 개 이상 있다. 겸손하지 않으려 해도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