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 진짜 ‘줌마의 힘’

好學 2010. 9. 25. 21:59

 

[일사일언] 진짜 ‘줌마의 힘’

 

 

주말에 파리 근교의 마을, 지프 쉬르 이베뜨에 살고 있는 프랑스 가정에 다녀왔다. 이 한가한 시골 마을은 원자력, 군사 레이더, 생명 공학 등 첨단기술 연구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내가 찾아간 친구는 이곳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고의 엘리트 과정을 거쳤지만 소박하고 사람 좋기가 밭에서 배추 포기를 들고 서 있는 농사꾼 같다.

부인은 레바논 여인으로 역시 사람 좋기가 마치 김치 포기를 나눠주는 한국 아줌마 같다.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뜰이 있는 작은 집에 살고 있는 그 가정에는 항상 행복이 넘쳐난다. 취미가 전기실험제품 조립인 중학생 큰아들은 법률을 공부해 판사가 되는 것이 희망이다. 아버지가 한국 대학 세미나에 가끔 초청되는 까닭에 한국이 첨단기술이 매우 발전된 나라로 알고 동경하고 있다.

이들 가정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존재는 키 작고 뚱뚱한 부인이다. 남편이 전 세계 대학에 초청 받는 유명인사이고 시가 쪽 역시 프랑스 상류층이지만 모두 이 부인 앞에서는 절절 맨다.

그 이유는 이 부인의 문화적 교양이 보통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면서 또한 틈나는 대로 전시회, 연극, 음악회, 영화, 문화유산 방문에 빠지는 적이 없다. 결코 이 가정주부에게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런 엄마를 둔 덕분인지 자녀들 역시 과외교육을 받지 않아도 영리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아름다운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정의 힘이 무엇인지는 그 가정의 주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박정욱·재불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