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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소박한 행복

好學 2010. 9. 25. 21:55

 

[일사일언] 소박한 행복

 

 

 

밤 1시부터 프랑스 떼에프앙 채널에서는 ‘야간 비행’이라는 문학 프로그램을 한 달에 두 번 방영한다. 저녁 8시 뉴스 앵커가 새로 책을 낸 작가들을 초청하여 구수한 입담으로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앵커 자신이 소설가이기 때문인지 작가들은 부담 없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솔직한 고백의 말들을 늘어놓는다. 마치 오랜 친구들 사이의 대화 같다. 인간 냄새가 나는 이런 고백들도 재미있지만 마지막에 젊은 기자들이 같이 나와 그 동안 발견한 흥미 있는 책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은 감칠맛이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책보다도 그들의 인격 자체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밤 1 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자들이라면 어쩌면 인기와는 관계없는 평범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말에는 깨끗한 열정이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때묻지 않은 인생의 가치가 느껴진다. 항상 여유 있는 눈웃음을 머금은 채 유창한 언변으로 문체와 이야기의 리듬, 시대적 배경 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는 40대의 기자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인생을 품위 있게 살아온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행복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아껴 읽는 몇 명의 작가들을 가지고 있는 행복, 그처럼 남몰래 마음의 밭을 일구어 자신의 곡식을 거둘 줄 아는 것이 간단한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인기가 없는 작은 일을 하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된다. 군 시절 주머니 속에 생떽쥐베리의 ‘야간 비행’ 문고판을 늘 넣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 책을 손에 잡기만 해도 뿌듯해지던 젊은 마음이 새롭다.

 

 


(박정욱·파리 고등 사회과학원 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