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낚시 등록제

好學 2010. 9. 12. 21:37

 

[만물상] 낚시 등록제

 

 

 

낚싯바늘에 걸려드는 물고기 중에 입 주변이 망가진 놈들이 있다. 한번 바늘에 걸렸다가 천행으로 도망쳤는데 그때 일을 까먹고 다시 바늘을 물어버린 것이다.

물고기의 입 주변엔 통증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없다고 한다(내수면생태연구소 이완옥 박사). 옆줄과 귀, 머리 일부에만 감각 신경이 있다는 것이다. 바늘에 입이 다 찢길 지경이 돼도 도망가겠다고 몸부림치는 것은 아픔을 느끼지 못해서다. 아픈 걸 모르니 바보같이 바늘을 또 물어버린다.

▶작년에 작고한 서기원 전 KBS 사장은 알아주는 낚시 마니아였다. 그는 “취미란 것은 원래 속성이 비생산적인 데 있고 취미 중에 가장 비생산적인 게 낚시”라고 했다. “그러니 낚시야말로 취미 중의 취미”라는 것이다. 낚시하러 가본 사람은 다 안다. 자기가 지금 미끼 달아 드리운 낚싯대에 물고기가 걸릴 확률보다는 안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꼭 고기를 잡아야만 낚시는 아니다. 진정한 낚시인은 취적비취어(取適非取魚)라고 했다. 낚아 올리는 순간의 맛을 즐기되 고기는 갖지 않는다. 일본에서 만들어내는 붕어용 낚싯바늘에는 갈고리 같은 미늘을 달지 않는다.

낚은 붕어를 도로 놓아줄 때 붕어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는 뜻에서다. 미국에선 낚은 고기를 살림망에 넣지 못하게 하는 주(州)도 있다. 망치로 때려 죽인 다음에 가방에 넣게 한다. 낚은 고기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낚시를 하려면 사전에 일정한 소양교육을 받은 뒤 낚시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는 낚시 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낚시터 오염과 물고기 고갈을 막기 위해 낚시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에도 관공서나 낚시가게 같은 곳에 돈을 내고 낚시면허를 사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잡을 수 있는 마릿수도 제한하고 잡은 고기의 크기를 자로 재서 기준보다 작으면 놓아줘야 한다.

▶낚시 인구가 570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낚시업계는 번거롭게 등록하고 교육받아가며 낚시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걱정하고 있다. 전국 구석구석에 박힌 수만개의 낚시터를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며 미등록 낚시꾼을 가려낸다는 발상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무엇보다 서민 레저인 낚시까지 규제하겠다는 게 너무 각박하지 않으냐는 불만이 많다. 환경도 살리면서 낚시하는 자유도 보장해줄 수 있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정부가 내놓았으면 한다.

'好學의 人生 > [우주만물]세상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물상] 열 번째 행성   (0) 2010.09.12
[만물상]산업체 부설학교  (0) 2010.09.12
[만물상] '거짓말'   (0) 2010.09.12
[만물상] 워크맨   (0) 2010.09.12
[만물상] 광화문  (0) 2010.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