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거짓말'

好學 2010. 9. 12. 21:35

 

[만물상] '거짓말'

 

 

 

“우리는 지금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있어.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탱크를 선물로 받을 거야.” 2차 대전 말기 유대인 수용소. 귀도는 어린 아들 조슈아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가스실로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비참한 처지였지만, 조슈아는 ‘거짓말’ 덕분에 구김살 없이 성장한다. 수용소가 해방되기 전날, 귀도는 아들을 나무궤짝 속에 감춘다. “밖이 조용해질 때까지 여기서 나오면 안 돼. 그럼 게임에서 지거든.” 귀도는 아내를 찾아 수용소를 헤매다 독일군에게 붙잡힌다. 그는 아들을 안심시키려고 병정 놀이를 하듯 과장된 몸짓으로 걸어가 총살당한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감독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거짓말이 때론 절망적 상황에서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거짓말을 악의적인 거짓말, 이타(利他)적인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로 나눴다. 귀도의 거짓말은 이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뻔한 거짓말도 있다. “학교 수업에만 충실했을 뿐이에요.”(대학 수석합격자) “전원 취업 보장, 전국 최고의 합격률!”(학원 광고)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파요.”(간호사) “네, 지금 음식 갖고 막 떠났습니다.”(중국집)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거짓말 리스트들이다. 여자들 간의 거짓말로는 “어머 얘, 살 많이 빠졌구나. 예뻐졌다”가 올라있다.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다.

▶사람은 8분에 1번꼴로, 하루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폴 에크먼 교수 얘기다. 기왕 그렇다면, 이런 거짓말은 어떨까. ‘〈사랑합니다〉/너무도 때 묻힌 이 한마디밖에는/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이 거짓말에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사랑합니다〉/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유안진 ‘황홀한 거짓말’)

▶한 방송사가 최근 며느리 1000명에게 시어머니에게 하는 거짓말을 물었더니, “어머니 벌써 가시게요? 며칠 더 계시다 가세요”가 1위로 꼽혔다고 한다. 시어머니도 며느리의 이 예쁜 거짓말을 “아니다 얘야, 벌써 보름은 된 것 같구나”라는 뻔한 거짓말로 보듬으리라. ‘선의의 거짓말’을 주고 받는 고부지간(姑婦之間)을 보면 우리네 심성이 걱정할 만큼 각박해진 것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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