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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악성 댓글 ‘악플’

好學 2010. 9. 12. 21:32

 

[만물상] 악성 댓글 ‘악플’

 

 

 

그리스신화에서 모모스는 불평과 비난의 신이다. 모모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왜 인간의 가슴에 창(窓)을 만들어 놓지 않았느냐”고 탓했다. 창이 없으니 인간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고 비난거리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불평이었다. 만사(萬事)가 불만거리인 모모스는 제우스에게 인간을 전쟁으로 쓸어버리라고 귀띔했다. 그래서 트로이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모모스의 후예들이 인터넷 세상을 휘젓고 있다. LA타임스는 작년 6월 사설을 네티즌이 마음대로 고쳐 올리게 하는 독자코너를 마련했다. 첫 주제가 ‘미군의 이라크 철수’였다. ‘즉각 철군’과 ‘계속 주둔’으로 패가 갈려 벌어진 논쟁은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대한 욕설로 번지더니 남자의 성기 사진이 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LA타임스는 나흘 만에 이 코너를 닫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김성종 과장은 16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21세기형 모모스 ‘악플러’(악성 리플을 다는 사람)를 찾아낸다. 하루 32만 건의 댓글을 들여다보며 7000~8000개의 악플을 삭제하고 300~400명의 악플러를 징계한다. 일주일 댓글 정지부터 영구 퇴출까지 징계도 다양하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악플 신고서비스’ ‘댓글 제한 기능’을 가동하지만 모모스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얼마 전 15세 재미교포 소녀가 의붓아버지의 칼에 숨졌다는 기사에 “싸가지 없는 종자들은 칼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댓글이 붙었다. 인기 레이싱 모델은 “악플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바람에 일주일을 운 적도 있다”고 했다.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악플에 시달리다 못한 인터넷 만화가는 경찰에 6명의 악플러를 고발했다. “천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 없이도 죽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몰매를 맞고 산송장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씨의 아들이 작년 7월 익사했다는 보도에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검찰이 추적해 처벌하기로 했다. 익명의 가면을 쓰지 않았다면,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헤아렸다면 감히 입에도 올리지 못할 험담과 욕설들이었다. 러시아 작가 고리키는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욕을 먹는 사람, 욕을 전하는 사람, 그러나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는 자는 욕설을 퍼부은 그 사람 자신”이라고 했다. 법의 단죄보다 더 무거운 형벌은 이미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악플러 자신의 인성(人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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