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eca De vita beata 행복론 19장 7
우리 생애 가운데 가장 순수한 부분은 얼른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밑바닥의 찌꺼기뿐이다.
그리하여 이”찌꺼기와 같이 아무 소용도 없는
나머지 생애를 도덕에 바치는 것이다.”
그리고 자로고 희귀하다고 전해오는 노경에 이르러
겨우 진실하게 살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손실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미래는 확실치 못하고 과거의 손실은 벌써 손쓸 여지가 없다.
죽음이 반드시 닥쳐오고야 마는 것이라면
이를 두려워 하는 것은 어리석 일이며,
또 그 죽음이 닥쳐오는 때가 분명치 않은 이상 언제든지 이에 대한
준비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불가피한 죽음의 공포에 대하여
무엇보다도 도덕적인 생활로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선을 행하기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원래 세상일은 무한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으며, 마치 땅에 뿌린 씨과 같이
하나의 낟알이 나중에 무성하게 번식하는 것과 흡사하다.
할 일이 없는 한가한 때에만 철학을 숭상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다른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우선 우리는 예지를 닦아야 한다.
사실상 우리는 한가한 때를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언제나 할 일이 많아 일생은 커녕 지구의 나이만큼 살아도 부족을 느낄 정도다.
진실한 의미에서 우리의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우리의 시간뿐이다.
누구나 이 이치를 잘 깨달으면 우리는 시간을 쉽사리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금전 문제에 있어서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융통하는 데도
증명 서류와 담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크게 예의를 갖추어 간청해야 한다.
그러나 내 시간을 빼앗아가는 사람은 그 시간을 도저히 변상할 수 없는데도
나에게 조금도 고맙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여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이상
그 사람을 시간상으로 보아 가난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앞길이 천리 같은 젊은이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는 이들에 대한 최선의 충고로서 지금 “시간의 목자”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