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부뚜막의 추억
지난 설날, 시골에 다녀왔다.
가까운 거리라 자주 찾지만, 명절이라 그런지 마음이 새로웠다.
나이가 들수록 어릴 적 추억이 그립다.
그 때로 되돌아가고픈 생각도 간절하다.
지금보다 하나 나은 것 없던 시절인데도 그 때가 그립고,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지난 해 1500년 전, 백제시대 집터를 발굴한 일이 있다. 네모난 움집이었는데, 뜻밖에도 발굴된 20여 채 주거지마다 부뚜막 시설이 확인됐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부뚜막은 아니었다.
불을 지피는 아궁이와 함께 고래를 벽면에 이어 만들어 굴뚝과 연결되게 만든 시설물이었다. 추운 겨울날 발굴을 진행한 탓인지 아궁이 앞에서 따뜻한 불을 쬐면서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웠을 그 당시 집 주인들이 생각났다.
내 시골 고향마을의 겨울날 하루 일과는 으레 아궁이 앞에서 시작됐다. 새벽밥을 지을 때, 어머니가 아궁이 속에 묻어 놓은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저녁밥을 지은 후 남은 불속에 묻어 두었던 고구마나 밤을, 온 식구가 모여 앉아 밤참으로 꺼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억 때문이었을까? 발굴지 아궁이에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옛날 하루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던 부뚜막. 하지만 신세대들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모르는 단어가 되고 말았다. 연탄도, 석유도 아닌 가스가 부엌을 점령해 버리면서 부뚜막 자체가 사라져버렸으니…. 부뚜막의 퇴장과 함께 그 앞에서 오순도순 나누던 가족끼리의 정도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 이훈·충남역사문화원 문화재연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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