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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노약자석이 부족한 이유

好學 2010. 6. 26. 20:53

 

[일사일언] 노약자석이 부족한 이유

 

 

지하철과 버스에 노약자석이라는 제도 아닌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래다. 이 좌석들은 노인들과 임산부, 유아, 장애인 등의 전용 좌석이 되었다. 노약자석은 특히, 경로사상을 자랑 삼는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픔을 주는 ‘제도’이다. 노약자석은 뒤집어 말하면 이 나라에서 신체적 약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할 수 있는 지하철, 버스 안의 좌석 양보조차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대하기가 그만큼 어렵게 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 지하철 전동차 1량에 보통 54인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양 끝으로 12석 정도가 노약자석이다. 1량에 적정 탑승인원을 160인 정도로 볼 때 실제 노약자석은 탑승자 대비 7.5%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9.1% 정도이므로 통계로만 따져도 1량당 2~3개의 노약자석이 모자란다. 노령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노약자석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30년이면 전체 인구의 4분의 1, 2050년에는 3분의 1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고 한다. 얼마 전 50대 장년의 남자가 지하철 전동차의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왜 젊은 사람이 이 자리에 앉느냐?”며 시비를 건 60대 노인에게 구타를 당해 가십거리가 된 적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노약자석 제도라면 십수년 내에 60대 노인조차 쉽게 앉을 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물리적으로 절대적인 좌석 수를 늘리기 어렵다고 할 때 부족한 노약자석의 대안은? 현재의 노약자석 제도를 없애고 모든 좌석에 대해 노약자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노약자들이 없는 틈에 잠깐 자리를 맡아 앉는 것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좌석=노약자석. 신체적 약자를 배려하는 지극히 간단한 실천 방법이다. 달리 생각하면 노약자석은 모자란 적이 없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온정만이 갈수록 부족해져 가는 것이다. 조이담·도시문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