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 음악감상도 축구처럼

好學 2010. 6. 26. 20:51

 

[일사일언] 음악감상도 축구처럼

 

 

오늘날의 음악 감상은 참으로 편안한 사치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라디오를 틀면 항상 수준 높은 연주가 흐르고, 음향기기와 컴퓨터가 발달해서 집안에서 클릭 한 번으로 일류 연주자의 음악을 감상하는 세상이다. 혹자는 “음악을 듣기 위해 굳이 먼 곳의 공연장까지 갈 필요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주 공연장을 찾고자 애쓴다. 흥미로운 축구 경기를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스포츠팬의 흥분과 약간은 닮은 점이 있다.

우선 관전 포인트를 살펴야 한다. 축구의 경우 팀별 전력과 작전의 양상을 알아야 하듯, 공연장에 가기 전에 음반을 들으며 그 날 공연의 주요 공격수(攻擊手)를 체크해둔다. 예를 들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면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말러의 교향곡 5번이면 트럼펫과 호른이 골잡이에 해당한다.

연주가 시작되면 연주자와 감상자가 모두 하나의 분위기로 몰입한다. 교향악단마다 특성이 달라서 어떤 악단은 팀워크에 능하고, 어떤 악단은 주자들의 개인기가 뛰어나다. 교향악 마니아들은 유명한 수석주자들의 이름을 유명 스포츠 선수처럼 훤히 꿰고 있는데, 그들이 들려주는 멋진 연주는 골의 흥분만큼이나 짜릿한 황홀감을 안겨준다.

연주회가 끝난 후 동호인들과 더불어 토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축구 경기 관전이 끝난 뒤 친구들과 경기의 중요 장면을 재연하는 재미와 흡사하다. 교향악 연주회는 결코 심각하거나 따분한 것이 아니다.


(김문경·서울대 약학박사 과정· 음악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