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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쿠바·미국 음악은 한뿌리

好學 2010. 6. 26. 20:52

 

[일사일언] 쿠바·미국 음악은 한뿌리

 

 

오는 3월 미국에선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대륙의 8개 나라가 참여하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야구강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야구월드컵인데, 미 정부의 ‘쿠바참가불허방침’으로 인해 국제 야구계가 시끄럽다.

‘WBC는 배당금이 걸린 대회로, 쿠바정부에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는 미 국내법이 그 이유라고 한다. 여러 나라가 미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며칠 전 국제야구연맹도 ‘쿠바 불참 시 대회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엄중경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사사건건 대립하는 쿠바와 미국이지만 음악만 놓고 봤을 때는 두 나라의 합작품이 꽤 많다. 1950년대 세계를 강타했던 ‘맘보’는 쿠바의 아프로-쿠반 리듬과 미국의 재즈가 멋지게 어우러진 음악이다. 살사 역시 쿠바, 푸에르토리코, 미국음악이 지혜롭게 혼합된 걸작이다. 쿠바와 미국 음악이 서로 잘 섞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나라 음악 속에는 오래 전 노예로 끌려온 서부 아프리카 ‘요루바’ 부족의 영향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쿠바음악의 뿌리인 ‘아프로-쿠반’리듬과 대다수 미국 팝음악의 뼈대인 ‘아프로-아메리칸’ 리듬은 음악적으로 같은 아버지의 자식들이다. 역사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연관이 깊은 두 나라가 반세기 가까이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야구가 쿠바의 국기라는 것, 더 나아가 쿠바가 아마추어 야구의 세계최강국이란 사실이 묘하기도 하다. 쿠바와 미국이 WBC 결승전에서 만나 멋진 승부를 펼쳤으면. ‘어느 국가 또는 개인도 정치, 인종, 종교적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올림픽 정신이 WBC대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리라 믿는다.
(송기철·대중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