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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코카콜라와 미국

好學 2010. 6. 25. 21:31

 

 

[만물상] 코카콜라와 미국

 

 

 

1943년 북아프리카 연합군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코카콜라사(社)에 비밀 전문을 보냈다.

“전투지역에 코카콜라 공장 10개를 세우고 장병들에게 한 달에 600만 병씩 공급할 수 있는 원액을 보내 달라.”

그는 코카콜라가 ‘전쟁 수행에 꼭 필요한 사기진작제’라고 했다.

1940년대 초반까지 ‘국내 음료’에 불과하던 코카콜라는 2차대전 때 세계 곳곳의 전선(戰線)에 나간 미국 젊은이들의 입맛을 달래주면서 바깥 세상으로 나섰다.

▶코카콜라 카사블랑카 공장은 1943년 크리스마스에 가동을 시작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星條紙)는 “부상병들에게 코카콜라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크게 썼다. 미군은 신병훈련소와 후송 병동은 물론 독일군과 총을 겨누는 진지에서도 코카콜라를 마셨다. 코카콜라는 ‘어디서나 단돈 1니켈(5센트 동전)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세계 전쟁터를 공략했다. 코카콜라를 하루 10억 개 넘게 팔리는 ‘세계 음료’로 키운 것은 전쟁이었다.

▶코카콜라는 오랜 세월 미국의 상징으로 세계를 누비면서 ‘미국식 세계화의 첨병’이라는 눈총도 함께 받고 있다. 반미·반세계화 정서가 ‘안티 코크(Anti-Coke)’로 번지고 있다. 근 몇 년 사이 콜롬비아 공장의 노조 탄압, 브라질 법인의 공무원 매수, 인도 공장의 지하수 납 오염이 잇따라 터져 반감을 키웠다. 미국 안에서도 펩시의 도전에 허덕이는 와중에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졌다.

▶며칠 전 미국 중동부 명문 미시간대가 교내에서 코카콜라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 대학 중 열 번째 불매 선언이다. 코카콜라 불매운동은 캐나다·유럽·아시아로 퍼지면서 동참하는 대학이 100개를 넘어섰다. 해외 소비자들의 코카콜라 선호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코카콜라는 정직한 회사인가’라는 질문에 소비자의 1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675억 달러)가 계속 빛을 잃고 있다”고 했다.

▶이어령(李御寧)은 “콜라의 톡 쏘면서 씁쓸한 맛, 그러면서도 뒷맛의 여운이 전연 없는 그 맛 속에는 미국 자본주의 문명이 갖는 게트림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전후(戰後) 코카콜라의 거침없는 세계 행진은 강대국 미국의 궤적이기도 했다. “유엔 가입국보다 더 많은 나라를 정복했다”던 코카콜라의 시련은 미국적 오만과 독주(獨走)가 치르는 대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