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마당] 어문 무법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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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ㆍ우수를 이용하여 상대 안면부를 4회 이상 강타, 노상에 전도케 하여…."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눕혀…`쯤으로 풀이될 만한 윗글은 오래전 한 원로 언론인이 `기사 쉽게 쓰기`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경찰 출입기자 때 엿본 조서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만큼 자국어 오용에 관대한 국민이 세계 어디에 있을까. 팸플릿이나 현수막에 영어 오ㆍ탈자 하나만 있어도 국제 망신이니, 준비 부족이니 하면서 온갖 호들갑을 떨지만 한글 오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음식점에 가면 `오십시오`는 `오십시요`로, `찌개`는 `찌게`로, `정성을 다할게요`는 `~할께요`로 적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과도한 한자, 처갓집ㆍ외갓집 같은 중언부언, 감안ㆍ입장 같은 왜색 단어, 짜장ㆍ쏘주처럼 갈수록 경음화ㆍ격음화하는 방송 토크쇼 언어 등 그야말로 어문 무법천지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식자들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저질러지는 한글 문법의 실종이다. 이는 주로 번역투 문장에서 드러나는데, 조직 문화와 관습을 답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굳어지고 있어 한글살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번역이란 외국어 문장의 참뜻을 헤아려 우리 단어와 우리 문법에 맞춰 옮기는 작업이다. 따라서 두 개 국어를 모두 잘 알아야 하고 한글 문법에도 충실한 번역이 돼야 한다. 한글 문법보다는 외국어 문법에 충실한 직역이 되다 보니 `회동을 갖는다` `실천에 옮긴다` 등 같은 국적 불명의 기형적인 문장이 생긴다. 한글 문법에 맞춰 `만난다` `실천한다`로 해야 옳다. 번역투 문장은 주어부와 술어부의 부적합성을 드러내 비문(非文)을 만들고, 조사와 명사의 쓰임새를 지나치게 확대해 혼란을 초래한다. 혹자는 그렇게 해도 뜻이 통하지 않느냐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 말이 맞다면 한글은 단어만 있고 문법은 없는, 그래서 외국어 문법을 덧입혀야만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저급 언어로 전락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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