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불과 1주일 전 초입부터 코를 마비시킬 요량으로 달려들던 아카시아 향기, 온 산을 하얀 드레스로 감싸 안아 버릴 듯 화려했던 순백색 꽃들은 더 이상 없었다.
누렇게 빛바랜 꽃잎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등산로, 그 누구도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지느냐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연산홍, 꽃은 피면 지는 것인데 이 꽃은 햇볕에 탈색되고 바짝 마르면서까지 가지에 매달려 영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비라도 내릴 양이면 채 떨어지지 못한 꽃잎에 곤충들이 꼬인 모습을 연출하는 등, 썩을 때까지 매달려 있다.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웠을 때 향기, 꿀, 화사함을 아낌없이 선사한 뒤 한 결의 바람 앞에도 미련 없이 꽃몸을 통째로 던져 다음 진행 과정을 올곧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해서 이미 흙 색깔로 변해 버린 꽃잎 몇 개를 주워 들고선 중얼거린다.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잘 달렸어. 내년 이맘 때 다시 만나자.”
|
'好學의 智慧묵상 > [매일묵상]겨자씨앗'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자씨] 고난=응답의 기회 (0) | 2010.06.24 |
---|---|
[겨자씨] 그리스도인의 중용 (0) | 2010.06.24 |
[겨자씨] 내면으로부터의 변화 (0) | 2010.06.24 |
[겨자씨] 신앙인과 저주의 말 (0) | 2010.06.23 |
[겨자씨] 분노의 치명적 결과 (0) | 2010.06.23 |